[연합시론] 중국의 사드 반발, 감정적 맞대응은 피해야
(서울=연합뉴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파고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노골화하는 것은 물론 삼성과 현대 등에 대한 압박도 공공연하게 회자하고 있다. 롯데중국 홈페이지가 해킹으로 마비된 데 이어 디도스 공격에 의해 롯데인터넷면세점 한국어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골병들게 할 카드를 모두 동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소문도 나돌아, 자칫 한·중 관계가 결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분명 치졸한 처사가 아닐 수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맞대응할 것만은 아니다. 중국을 공공연하게 자극할 필요도 없다. 국익과 원칙에 따라 차근차근 할 일을 하면서 중국을 설득하는 것 외에 달리 마땅한 처방이 없어 보인다. 사드 배치의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다. 북핵 위협에 맞서 국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취해진 안보 사안인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중국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중국이 지금보다 훨씬 더 촘촘한 그물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면 북한이 야기하는 안보위협을 아주 쉽게, 아주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잠그는 카드만 꺼내도 북핵 문제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국이 다른 사안과 연계해 경제보복 조치를 하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익숙한 일이다.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영토권 분쟁 당시 일본상품 불매와 관광 금지 등을 동원하고, 중국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사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노르웨이를 겨냥해 연어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것이 그런 예이다. 이 밖에도 몇 차례 유사한 사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길지 않은 파동에 그쳤다. 중국 내 일각에서 한국과 '준단교'를 해야 한다거나, 사드 부지에 대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과 없이 나오고 있지만 이 또한 허풍에 가까운 위협 공세일뿐이다.
중국도 경제보복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당장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주요 2개국(G2)으로서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자격 시비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주창하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에도 역행한다. 한·중 간 교역 규모가 지난해 2천113억 달러나 되고, 한국의 대중 투자액도 725억 달러에 달한다. 당장 롯데가 중국 사업을 접으면 약 10만 명의 중국인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중국 측 협력업체들도 심각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미국에는 저자세이면서 한국만 유독 강압하는 것은 패권주의적 행태이자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중국 내부에서 나온다고 한다.
한미 양국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사드배치 방침을 재확인한 데 이어 소파(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협의 절차를 개시하는 등 사드 전개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르면 5월 이전에 배치가 완료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국가 간 합의는 지키는 것이 불문율이다. 사드배치로 단기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는 국가의 주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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