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증손자야"…생면부지 미혼녀 등쳤다 또 쇠고랑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재벌가 자손으로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는 명문대 학생인 것처럼 행세하며 미혼여성 2명을 속여 6천여만원을 뜯어낸 남성이 덜미를 잡혔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박모(33) 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이 낸 자료를 보면 박 씨는 인터넷 게임 사기죄로 구속됐다가 2012년 10월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났다.
집도 직업도 없던 박 씨는 동거녀 집에 얹혀살면서 휴대전화 채팅에 맛을 들였다.
2013년 1월 22일 박 씨는 휴대전화 채팅으로 당시 20대 초반 여성 A 씨를 알게 됐다.
박 씨는 채팅하면서 "나는 국내 재벌가 증손자다. 명문대 경영학과에 다니면서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고 속였다.
실제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의 사진과 이름을 자신의 채팅화면에 올려 A 씨를 속였다.
박 씨는 A 씨에게 결혼 얘기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줘야 할 월급이 부족하다", "폭행 사건에 휘말렸는데 합의금이 필요하다", "급하게 거처를 구해야 하는데 보증금이 없다"고 속여 두 달 동안 A 씨에게서 18차례에 걸쳐 3천290여만원을 송금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A 씨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박 씨에게 사채까지 쓰면서 3천만원이 넘는 거액을 보내줬다.
A 씨는 경찰에서 "당시에 무척 힘들었는데 박 씨가 너무 내 입장을 잘 이해하고 위로해줘서 돈을 보냈다"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씨는 2012년 11월부터 4개월 동안 20대 초반 여성 B 씨에게 같은 수법으로 24차례에 걸쳐 2천8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씨는 "장난삼아 재벌가 증손자이고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는 명문대생이라고 했는데 여성들이 쉽게 믿어줬다"며 "집에서 평범한 일반인 여성을 만나는 것에 반대하면서 7억원이 든 통장과 4억짜리 집을 빼앗았다고 거짓말을 했는데도 그대로 믿어줬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씨가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 범행을 한 사실이 더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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