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중엔 '술맛' 달라져…꿀·과일 들어간 기내맥주 등장
습도·기압변화·소음으로 승객들 쓴맛 강하게 느끼고 단맛·짠맛 덜느껴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비행 중에는 술맛이 달라진다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항공사가 승객들에게 지상 1만m 상공에서 맛있게 느껴질 수 있는 맥주를 제공하기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은 1일(현지시간)부터 일부 항공편에 꿀과 열대과일 롱간이 들어간 맥주를 내놓기 시작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비행 중에는 미각이 바뀐다는 이론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승객이 기내식을 덜 맛있게 느끼는 이유는 항공기의 소음, 건조한 실내공기, 플라스틱 식기 등이 미각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음 때문에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능력이 지상에서보다 30% 정도 떨어지는 반면 5번째 맛인 우마미(Umami·감칠맛)를 느끼는 능력은 향상된다.
감칠맛이 강한 토마토 주스가 들어가는 칵테일 '블러디 메리'가 기내에서 인기 있는 이유다.
건조한 기내 공기, 낮은 기압도 후각에 영향을 미치면서 미각까지 끌어내린다.
기내 환경변화는 '뇌가 신호를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같은 술이라도 지상과 공중에서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기내식으로 '특수제조'된 맥주를 내놓은 것은 2014년 노르웨이 항공사인 SAS가 처음이다.
항공기용 맥주를 만든 덴마크 '미켈러'사 관계자는 "9천m 항공에서 25가지 종류의 맥주를 마시는 실험을 한 결과, 맥주 고유의 쓴맛이 더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맥주 제조에는 귀리와 밀을 사용하는데, 우리는 기내로 반입하는 맥주에는 맥아를 사용하고 홉을 적게 넣어 쓴맛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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