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 시작…北 '맞불도발' 가능성 긴장고조
칼빈슨호 등 미 전략무기 투입…김정은, 군부대 찾아 '싸움 준비'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한미 양국 군이 1일 대규모 연합훈련인 독수리(FE) 훈련을 시작한 가운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우려되는 등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이날 긴급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를 과시한 것도 높아지는 긴장 수위를 반영하고 있다.
한미가 이날부터 시작해 다음 달 말까지 진행될 FE 훈련은 최대 규모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키리졸브(KR) 연습도 실시된다. 양국 군 당국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무력 도발 가능성에 강력한 응징 의지를 보여주고자 미국 전략무기를 대거 동원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사상 최대의 미군과 전략무기들이 참가했던 작년을 웃도는 수준의 전력이 동원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수리 연습에는 주한미군과 해외 증원군을 포함해 모두 1만여명의 미군 병력이 투입됐다. 당시 우리 군 병력은 30여만명이 훈련에 참가했다.
올해 훈련에는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비롯한 미군의 전략무기가 대거 한반도에 전개돼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칼빈슨호는 이달 중순 한국에 올 것으로 알려졌다. 니미츠급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호는 F/A-18 전폭기 24대, 급유기 10대, S-3A 대잠수함기 10대, SH-3H 대잠수함작전헬기 6대, EA-6B 전자전기 4대, E-2 공중조기경보기 4대 등을 탑재해 중소 규모 국가 공군력 전체와 맞먹는다.
유사시 한반도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주일 미 해병대의 F-35B 스텔스 전투기 편대도 처음으로 한반도에 전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國) 미군기지에 지난 1월 배치된 F-35B가 일본에서 훈련한 적은 있지만,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는 유사시 북한의 대공 레이더망을 피해 은밀히 선제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B-1B 전략폭격기, B-52 장거리 핵폭격기, 주일미군기지의 F-22 스텔스 전투기 등도 이번 훈련에 참가할 것이라는 예상되고 있다.
한미 군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응해 북한도 다음 달 대규모 무력시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인민군 창건 85돐(4월25일)을 기념해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을 최대 규모로 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신무기를 공개하며 위협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은 독수리 훈련을 앞두고 평양을 방어하는 제966대연합부대(군단급) 지휘부를 찾아 전투 준비 태세를 점검하고 "싸움 준비와 전투력 강화"에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훈련에 맞춰 평양방어부대를 찾은 것은 훈련에 동원될 미군 전략무기의 위력을 김정은도 실감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주일미군의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는 평양 일대의 조밀한 방공포부대의 레이더망을 회피해 노동당 청사의 김정은 집무실 등을 정밀폭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기간에는 대외 공개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유사시 한미 군 및 정보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도록 은닉하는 연습을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전략무기 위력을 의식한 조치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번 연합훈련 기간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연합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했으며, 유사시 연합전력으로 응징할 수 있도록 공조체계를 다지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정부는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토대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위협도 단호히 응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훈련 첫날인 이날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무력 도발에 강력한 응징 의지를 과시했다.
매티스 장관은 통화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수호 의지는 변함 없이 확고하고,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격퇴될 것이며 어떠한 핵무기의 사용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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