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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꺼내기전 거절부터'…말레이 방문 北대표단 헛걸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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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꺼내기전 거절부터'…말레이 방문 北대표단 헛걸음하나

말레이 당국자 "오는 줄도 몰랐다"…사전 조율 안 된 듯

말레이 올해 조기총선 등 정치상황 민감… '北냉대'에 영향 준듯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을 '진화'하려고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8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싸늘한 반응이다.

말레이에선 어떤 이유에서든 자국 공항에서 외국 국적자들의 맹독성 신경가스 'VX' 이용 요인 암살이라는 주권침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배후라는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발뺌과 생떼로 일관하는 북한을 용서할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그런데도 북한이 반성과 수사 협조는 커녕 대표단을 불쑥 보내 시신을 인도해가겠다고 한 데 대해 말레이는 냉대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말레이는 우선 북한 대표단의 방문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조율된 방문이 아니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아울러 올해 조기총선이라는 중요 정치행사를 앞두고 주권침해 사안을 정부·여당으로선 묵과하지 않을 기세다. 북한에 '저자세 외교'를 했다는 여론이 일게 되면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볼 때 북한 대표단의 말레이 방문이 헛걸음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수사절차가 확실히 종료돼야 (북한의) 요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 총리 다음 서열의 최고위급 관리의 이런 발언은 지금으로선 북한 대표단의 요구에 귀 기울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됐다.

전날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말레이를 방문한 리동일 전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김정남의 시신 인도, 체포된 북한인 리정철(46)의 석방 문제를 말레이시아 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말레이 당국의 단호한 태도로 볼 때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말레이 당국자들은 북한 대표단의 일방적인 방문에도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이 외교 루트를 거쳐 말레이에 알리기는 했을 것으로 보이나, 적어도 '조율' 절차는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 내각에선 북한 대표단의 방문을 거의 알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북한 대표단의 방문 계획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신문에서 관련 뉴스를 봤을 뿐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말레이시아 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북측은 충분한 사전조율 없이 거의 일방적으로 대표단 파견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통보 시점은 하루 혹은 이틀 전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 정부 당국자들의 냉랭한 태도에는 심상찮은 국내 정치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계 민족주의 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주축으로 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1957년 말레이시아 독립 이후 60년간 장기집권을 이어왔지만, 최근 들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측근들이 국영투자기업 1MDB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이른바 '1MDB 스캔들' 때문에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져서다.

나집 총리는 2018년 중순으로 예정된 총선을 올해로 앞당겨 논란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초 UMNO 연례 총회에서 "차기 총선이 곧 치러질 것"이라면서 대의원들에게 총선 준비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말레이 정부와 여당은 북한의 주권 침해성 범죄에 대해 '원만한' 외교적 해법보다는 '당당한' 진상규명을 통한 해법으로 주권 수호 의지를 보임으로써 지지율을 회복하려 할 공산이 커 보인다.

김정남이 하루 수만 명이 오가는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로 분류되는 VX 신경작용제로 살해됐다는 반(反)인권범죄를 가볍게 넘길 경우 쏟아질 국제적 비난도 말레이로선 상당히 부담스럽다. 이 또한 '강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보인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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