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참석무산 '하얀헬멧' 카메라맨 "주민고통 알리려 촬영"
구조현장 영상으로 제작한 다큐 오스카상 수상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막판 미국행이 좌절된 시리아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의 카메라맨이 멀리 터키에서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하얀 헬멧'의 촬영감독 3인 중 칼레드 카티브(21)는 구조 현장에서 영상을 촬영한 하얀 헬멧 대원이다.
다큐멘터리의 크레디트에 정식으로 이름이 들어가고도 카티브는 26일 오후(로스앤젤레스 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시상식 직전 카티브에 관한 부정적 정보를 확인했다며, 터키 당국을 통해 LA행 비행기 탑승을 막았다. 미 국토안보부의 부정적 정보는 흔히 테러조직 연계 혐의 정보나 여권위조 같은 신의성실 위반 사항을 가리킨다.
카티브는 27일 새벽 이스탄불에서 사촌이자 동료 대원인 파디 할라비와 함께 TV로 시상식을 지켜봤다.
'하얀 헬멧'의 수상 발표 후 카티브는 축하전화와 언론의 질문이 밀려들었다.
카티브는 시상식 후 취재진에게 "외부에 시리아인의 고통을 보여주고, 진실을 알리려고 촬영을 시작했다"면서, "하얀 헬멧 대원들은 무너진 잔해 속에서 생명을 구하려고 자기 목숨을 건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특히 각국 정부와 지도자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시리아에서 폭격이 멈추게 개입해주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하얀 헬멧은 시리아반군 측 민간구조대, '시리아 민방위대'의 별명이다.
자원자 3천300명이 120개 센터에서 쿠란의 구절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전인류를 구하는 것이다'를 신조로, 포연이 자욱한 현장을 누빈다.
그러나 하얀 헬멧이 반군 측 선전을 목적으로 연출·조작된 영상을 퍼뜨리며, 극단주의 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카티브는 이러한 의혹에 "시리아 정권과 러시아가 하얀 헬멧의 신뢰성을 해칠 목적으로 그런 얘기를 유포한다"면서 "우리가 시리아에서 그들의 범죄를 전세계에 고발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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