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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60개사 '각자도생' 시대…사장 선임도 이사회 주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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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60개사 '각자도생' 시대…사장 선임도 이사회 주도(종합)

총괄 공백 최소화ㆍ순기능 유지 '관건'

삼성重 등 경영난 계열사 독자생존해야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삼성이 1일부터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이 전날 해체됨에 따라 60개 계열사는 각각 이사회를 중심으로 독자경영에 나서게 됐다. 사실상 그룹의 해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생명·물산 등 3대 주력 계열사가 '대관 업무'를 제외한 미전실의 다른 기능을 승계한다고 하지만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존재했던 종전과는 달리 예상치 못한 총괄 업무상 공백이나 혼란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임원 인사만 해도 그동안 미전실 인사팀이 주도했지만, 이제는 각 계열사 이사회 주도로 바뀌게 된다.

삼성 계열사들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 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지분관계때문에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겠지만, 아무래도 미전실이 맡아 할 때와는 양상이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계열사 사장 인사 보도자료부터 형식이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그룹 명의였지만, 앞으로는 계열사 명의로 바뀐다.

계열사들이 인사 시점을 맞춰 함께 집단 인사를 낼 수도 있으나 자율경영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굳이 모양새 좋지 않게 집단 인사를 낼 필요가 있겠느냐는 추정도 나온다. 이제는 '삼성 사장단 인사', '삼성 임원 인사'라는 형식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장 전날 발표한 삼성SDI[006400] 사장 교체 보도자료도 SDI 이사회가 내정했다는 식으로 형식이 바뀌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모든 사안을 계열사가 알아서 자율경영한다는 큰 원칙만 정해졌을 뿐 세부적인 지침은 전혀 나온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의 경우도 계열사 이사회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만큼 처음에는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이라는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도 지금보다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 이름으로 관리되던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은 모두 폐지된다.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활동도 사라진다. 그만큼 그룹의 이미지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삼성 계열사들은 그동안 그룹의 우산 아래에서 누렸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거액의 적자를 냈던 삼성중공업[010140] 등 경영난을 겪는 계열사는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한층 더 긴장해서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 간 인적 교류도 끊기게 되면서 어떤 계열사가 새로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에도 이미 현지에 터를 잡은 다른 계열사의 도움을 받는 게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룹 차원의 업무조정 기능이 폐지되기 때문에 일부 계열사 간의 중복투자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한 계열사가 비밀리에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른 계열사가 똑같은 분야에 뛰어드는 일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입사원 채용도 앞으로는 계열사가 필요에 따라 알아서 뽑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전체적인 규모가 줄고,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배려 폭도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삼성그룹은 매년 1만 명 이상의 신입·경력 사원을 뽑아왔다. 미전실이 각 계열사로부터 인력 수요를 취합한 뒤 공채 인원수를 결정했는데, 그 규모는 매년 필요 인원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청년 취업난 해소에 기여한다는 목적에서 늘려 뽑은 것이다.

미전실은 또 지방대 출신 선발 비율이나 채용 시 사회적 약자 배려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모든 계열사에 제시하는 역할 등도 수행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채용과 관련된 그룹 차원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시험성적이나 명문대 출신만 우대하는 풍토가 계열사들 사이에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는 형편이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대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삼성그룹의 해체로 그런 기능이 약화될까 우려된다"며 "계열사별 협의회 등을 구축해 사회공헌 등 기존의 순기능을 이어나가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의 조정·협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가다 보면 단기 실적에 쫓겨 중장기 사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하게 되면 당장 영업이익이 내려간다. 전문경영인 입장에서 신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이 계열사 전문경영인 체제로 간다면 이런 점에 대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열사 경영진단 기능의 약화도 우려된다. 그동안 미전실 경영진단팀은 계열사 경영상황을 혹독하게 파헤치고 엄밀히 분석해 문제점과 방향성 등을 제시해왔다.

이제는 각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자기 허물을 스스로 들추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경영진단을 해온 것이다. 앞으로는 계열사별로 자체 점검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경유착 차단을 위해 미전실을 해체함으로써 얻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반면에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며 "향후 계열사들이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reem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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