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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레스토랑의 몰락…2030 "같이갈 사람도, 돈도 없어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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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레스토랑의 몰락…2030 "같이갈 사람도, 돈도 없어요"(종합)

주 소비층 구매력 저하·1~2인 가구 증가·외식문화 변화 영향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40대 후반 회사원 A씨는 최근 자녀들이 어렸을 때 함께 자주 가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던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의 한 건물에 갔다가 매장이 없어진 걸 보고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자녀들이 초등생이던 시절 가족의 생일이나 특별히 기념할 만한 일이 있을 때마다 종종 찾아 단란한 시간을 보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녀들이 훌쩍 커버려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갈 일이 없어졌지만 A씨에게는 토니로마스나 마르쉐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이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장소로 기억된다.

A씨는 1일 "오랜만에 우연히 아내와 근처를 지나다가 옛날 추억이 떠올라 아이들과 자주 찾던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없어져서 서운했다"며 "그러고보니 옛날에는 많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요즘에는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 같은 중년 남성들이 가족과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을 자주 찾던 2000년대 초·중반은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시대였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외식시장 성장과 함께 국내에 상륙한 서양식 패밀리 레스토랑은 1988년 3월 서울 신사동에 개점한 '미도파 코코스'를 원조로 꼽는다.

이후 TGIF와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마르쉐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주말이면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부터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고객까지 다양한 손님들로 매장은 북적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경기침체 장기화로 청년 실업난이 가중되고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구구조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업계 선두이던 아웃백의 경우 전성기일 때 매장 수가 108개에 달했으나 실적 부진으로 영업난이 가중되면서 2013년 사모펀드에 매각됐고 지난해 10월 말 기준 매장 수가 72개로 쪼그라들었다.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인기를 끌었던 TGIF도 전성기 시절에는 매장 수가 60여개에 달했으나 지금은 30여개로 반토막났고, 2009년 롯데리아로 매각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전국에 21개 매장을 운영하던 베니건스는 이듬해 초반 점포수가 18개로 줄어들었다가 2016년 결국 영업을 종료했다.

독특한 시장 형태의 매장 운영으로 인기를 끌었던 마르쉐 역시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 2013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씨즐러와 토니로마스도 각각 2013년과 2014년에 사업을 접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이처럼 몰락한 이유로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청년 취업난 심화와 결혼·출산율 저하, 소비자 기호 변화 등을 꼽았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 고객층이던 2030 세대가 취업난 등으로 구매력이 떨어지고 결혼도 미루다 보니 비교적 높은 가격대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15년 9.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1년 만에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또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 여성·출산력·아동·주거 살태'에 따르면 주 혼인 연령인 25~39세 여성 중 42%가 미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29세 여성은 10명 중 7.7명이 미혼이었다.

무자녀 기혼여성도 크게 증가해 가임 기혼 여성(15~49세) 중 자녀가 없는 여성은 77만8천명으로 2010년보다 30만명 가까이 늘었다.

1~2인 가구 증가도 외식문화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739만 가구로, 전체 2천121만 가구의 34.8%에 달했다. 2인 가구(21.3%)까지 더하면 전체의 56.1%(1천191만 가구)를 차지한다.

1~2인 가구의 경우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면 간편식이나 배달음식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아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혼자 가는 곳이 아니라 연인이나 가족과 찾는 곳인데, 2030 세대가 극심한 취업난 등으로 연애, 결혼 등이 어려워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며 "먹방 유행 등으로 소비자 기호가 다양해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박모(30) 씨는 "취업이 안 돼 주머니에 돈도 없고 같이 갈 사람도 없는데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데 갈 일이 있겠느냐"며 "끼니는 주로 컵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운다"고 말했다.

'먹방'이나 '쿡방' 등이 유행하면서 초창기 천편일률적이던 외식문화가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맛집 탐방 위주로 변화한 것도 패밀리 레스토랑이 사양길로 접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원 김모(32·서울 마포구) 씨는 "외식할 일이 있으면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찾아가려 하지 굳이 개성도 없고 가성비도 떨어지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려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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