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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北의 '위기감'…고위급 대표단, 말레이 급거방문·깜짝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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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北의 '위기감'…고위급 대표단, 말레이 급거방문·깜짝 기자회견

리동일 전 유엔 차석대사 "인권문제 해결하러 왔다"…'김정남 암살' 북한인 체포·수사 반발

北배후설 '지우기' 나서…북과 단교 주장 등 말레이 반북 정서 확산에 "우호적 관계 강화"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왔다."

28일 오후 2시 15분께(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 북한의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대사관 주변에 연일 진을 치고 있던 내외신 취재진은 그의 예상치 못한 등장과 느닷없는 인권문제 언급에 놀라움과 당혹감을 내비쳤다.

리 전 차석대사는 '깜짝'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오늘 쿠알라룸푸르에 왔다"고 운을 뗐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암살의 연루자로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을 지목한 이후 닷새째 침묵을 지키던 북한대사관은 본국 대표단의 방문을 준비한 듯 이날 오전부터 긴박하게 움직였다.

강철 북한대사를 태운 전용 재규어 승용차와 승합차 등 차량 5대가 정오께 북한대사관을 빠져나갔다가 오후 1시 45분께 돌아왔다.

그로부터 30분가량 뒤에 리 전 차석대사가 취재진 앞에 나선 것에 비춰볼 때 강 대사 일행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대표단 마중을 나간 것으로 보인다.

리 전 차석대사는 외신기자들을 배려한 듯 유창한 영어로, 그것도 일사천리로 약 5분간 북한대표단의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2000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북·미 미사일회담과 2002년 브루나이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하고 2011년 11월부터 3년 1개월간 북한의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낸 그의 경력이 엿보였다.





그는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사망한 북한 인민(김정남) 시신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북한 국민(리정철)의 석방 문제를 말레이시아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대사관이 말레이시아 당국에 이런 요구를 했지만 거절당한 가운데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줄줄이 떠오르고 김정남의 사인이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로 드러나 북한 배후설이 굳어지자 위기감을 느낀 북한이 대표단을 급거 파견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시각이다.

리 전 차석대사가 동남아시아를 무대로 외교활동을 한 경험이 많은 점도 이번 말레이시아 파견의 이유로 보인다.

그가 인권문제 해결을 거론한 것은 증거도 없이 리정철이 말레이시아 경찰에 불법 구금돼 있고 현광성 등 다른 북한인들이 용의자로 몰리고 있는 등 자국민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김정남 피살 사건을 음모 내지 조작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면서 리 전 차석대사는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우호적 관계 강화도 이번 방문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단교 주장 등 말레이시아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북 정서를 의식한 것이다.







김정남이 자연사했다며 무조건 시신을 넘겨달라며 수사 결과를 불신하고 비협조적인 북한대사관의 행태에 대해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무례하다"고 할 정도였다.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하루 수만 명이 이용하는 국제공항에서 유엔 결의로 엄격하게 금지된 화학무기인 VX를 이용해 김정남을 독살한 것으로 드러나자 북한에 대한 말레이시아인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대표단이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생떼'를 쓴다면 이미 금이 간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외교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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