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구조활동 탓에 지중해 난민 밀입국자들 성업"
EU국경관리청장 비판 논란…NGO "안나서면 더 죽어" 반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비정부기구(NGO)들의 적극적 구호활동 때문에 지중해 난민들의 위험한 밀입국 시도가 늘고 있다는 관계당국의 주장이 나왔다.
파브리스 레게리 유럽연합(EU) 국경관리청 청장은 27일(현지시간) 독일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 연안의 난민 사태를 지적하며 이런 견해를 밝혔다.
레게리 청장은 "해양법에 따라 바다에서 조난당한 사람이나 선박을 누구나 구조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유럽 선박이 리비아 근해에까지 가서 이주민을 태워오는 식으로 리비아 범죄조직의 밀입국 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활동 때문에 결국 밀입국업자들이 과거보다 더 적은 식량과 연료를 실은 항해 부적격 선박에 훨씬 더 많은 이주민을 태우게 된다"고 주장했다.
레게리 청장은 NGO들이 최근 리비아 해안에서 실시된 구조작업의 40%를 책임져왔다며 이 같은 구조활동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이 전해지자 유럽에서는 적지 않은 반발이 일었다.
루이제 암츠베르크 독일 녹색당 대변인은 "NGO들의 지칠 줄 모르는 헌신이 없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NGO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인도주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오레리에 퐁티외는 NGO의 구조활동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 하나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퐁티외는 "더 많은 사람이 죽도록 내버려 두는 것의 대안은 뭐냐"며 "우리는 인도주의 단체로서 선제적으로 수색과 구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지 않으면 수백명이 물에 빠지고 숨이 막히고 탈진해서 숨질 것이기 때문에 나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북아프리카 이주민들은 위험한 여정 때문에 많은 우려를 사고 있다.
이들은 밀입국업자들의 알선을 받아 허술한 고무보트나 목선에 몸을 싣는데 콩나물 시루 같은 배에서 질식사하거다 전복사고로 익사하는 참사가 자주 빚어진다.
유엔은 기승을 부리는 극단주의 폭력, 정정불안에 시달리는 리비아의 상황 때문에 난민의 수가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두 달 동안 지중해를 건넌 난민의 수는 1만2천여명이며 그 가운데 2천700명이 최근 며칠 동안 구조됐다.
이는 작년, 재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30∼40% 늘어난 수치다. 유럽이 지중해 난민루트를 폐쇄하기 위한 대책에 착수한 것도 증가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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