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98년] 韓 가요·앱·라면…日 열도 사로잡다(종합)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반일 감정 속에서도 해방 후 수 십 년 동안 일본 브랜드가 한국 소비 시장에서 맹위를 떨쳤지만, 2000년 이후로는 한국 상품·콘텐츠·서비스가 일본에 상륙해 인기를 끄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의 국력 신장과 함께 나타났다.
우선 2002년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로부터 시작된 일본 내 '한류' 열풍은 이후 케이팝(K-POP·한국가요)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저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제31회 일본 골드 디스크 대상' 시상식에서도 빅뱅과 방탄소년단, 2PM, 아이콘 등 케이팝 그룹들이 대거 상을 받았다.
한국 식품 업체들도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한국 라면은 '라면 종주국' 일본 시장에서 당당하게 뿌리를 내렸다.
농심에 따르면 일본 현지 법인 농심 재팬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33%나 늘었다. 농심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지난 1981년 도쿄(東京) 사무실을 연지 37년여 만에 일본인들로부터 '한국 라면의 맛'을 인정받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해마다 4월 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정해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해 참석한 유명 개그맨 팀들이 '맛있다!'를 연발하면서 신라면을 먹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 역시 음용식초(마시는 식초)의 본고장인 일본 시장에서 '쁘띠첼 미초'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섰다.
식초를 물에 타 먹는 음식문화가 우리나라보다 발달한 일본의 음용식초 시장 규모는 약 900억 원으로, 한국 시장의 두 배 이상이라는 점에서 CJ제일제당은 크게 고무된 상태다.
CJ제일제당의 '백설 양념장'도 일본 시장에서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 프랜차이즈들도 속속 일본 공략에 나서고 있다.
빙수 브랜드 '설빙'은 지난해 6월 도쿄 하라주쿠에 1호점을 냈는데, 개장 당일 매장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이 100m 넘게 이어져 화제가 됐다. 설빙은 이달 초 후쿠오카(福岡) 번화가 톈진(天神)에 2호점을 열었다.
설빙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 등에 인절미 빙수 등 한국 빙수가 많이 등장하면서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일본 빙수는 단순한 편인데, 이에 비해 다양한 설빙의 메뉴가 인기 비결"이라고 밝혔다.
토종 치킨 브랜드 '굽네치킨'도 최근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에 첫 번째 매장을 선보이고 한국의 '치맥' 문화 전수에 나섰다.
IT(정보통신) 부문에서도 일본 진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카메라 앱(애플리케이션) '스노우(SNOW)'는 지난해 일본에서 '10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상품·서비스' 조사에서 1위에 올랐고, 역시 네이버 자회사인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작년 4분기 일본 내 '월 활동 이용자 수'(MAU)는 6천600만 명에 이르렀다.지난해 7월 일본 증시에도 상장된 라인은 작년 4분기 16억300만엔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1년전의 약 두 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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