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1세대 최정원-남경주 "과한 스타마케팅은 '독'(毒)"
뮤지컬 '오! 캐롤' 앙코르 무대 서는 '명콤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며칠 전 미용실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이번 작품에 남경주 씨랑 같은 작품에 선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부부가 같이 작품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한참을 웃었어요. 많이들 실제 부부라고 생각하세요.(웃음)" (최정원)
뮤지컬 '오! 캐롤' 앙코르 무대에 '또' 함께 서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48)과 남경주(53)는 뮤지컬 1세대 '명콤비'로 통한다. '뮤지컬계 최불암과 김혜자'로 불릴 만큼 많은 작품에서 남녀 주연을 함께 연기해왔다.
1989년 최정원의 데뷔작 '아가씨와 건달들'을 시작으로 '아이 러브 유', '맘마미아!', '시카고', '브로드웨이 42번가', '사랑은 비를 타고' 등 굵직한 작품 20여편에서 호흡을 맞췄다.
최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콤비'라는 호칭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남경주 씨를 처음 본 게 '아가씨와 건달들' 오디션 자리였어요. 이미 스타였던 남경주 씨가 여자 배우들에게 둘러싸여 피아노 반주를 해주고 있었는데, 너무도 빛이 나고 멋있어서 '저런 사람이 뮤지컬 배우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그 이후 같은 작품들에 서게 되면서 졸졸 쫓아다니며 많이 배웠죠. 제 공연계 첫 번째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최정원)
"상대역을 워낙 같이 많이 했죠. 서로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도 함께 지켜봤어요. '콤비'라는 게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닌데 둘 다 성실히 무대를 지켰기 때문에 얻은 감사한 호칭이 아닐까 싶어요."(남경주)
함께 하는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에게 편안하다. 대사 실수를 하거나 동작이 엉켜도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빈틈을 메워준다.
최정원은 "남경주 씨와 함께하는 공연은 어떤 돌발 상황이 생겨도 크게 두렵지 않다"며 "그만큼 상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같이 서는 뮤지컬 '오! 캐롤'은 특히나 1세대 배우들이 포진한 작품이다.
남경주와 최정원 이외에도 서범석, 전수경, 김선경 등이 남녀 주연으로 출연하다 보니 중장년층 관객들의 예매율이 높다.
1950~1970년대 큰 인기를 누린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곡을 사랑 이야기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인만큼 극 내용과 노래도 추억을 자극한다.
최정원은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다 보면 동네 주민들끼리 모인 것 같다"며 "친구, 연인 간의 따뜻한 교감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과도 잘 어울리는 배우 구성"이라며 웃었다.
남경주도 "아날로그적 감성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며 "최근의 '세고 자극적인' 뮤지컬 작품 사이에서 이런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작품이 오히려 더 세련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1세대 배우'들로서 최근의 남자 스타 배우 중심 일변도로 기획·제작되는 뮤지컬 환경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치 않았다.
배우 개런티는 작품 규모와 티켓파워, 예매순위, 인지도, 경력 등을 고려해 정해지는데, 몇몇 인기 스타들은 회당 수천만원의 개런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출연 소식만으로도 공연이 매진 사례를 이루기도 하니 뮤지컬 제작사나 소속사는 배우들의 치솟는 몸값에는 '이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남경주는 그러나 "작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아쉽다"며 "물론 젊고 스타성이 있는 배우들이 충분히 활용돼야 하지만, 한 배우만을 위한 작품, 그래서 그 배우가 출연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찾지 않을 작품이 제작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타급 배우들이 뮤지컬 업계가 더욱 건강하게, 오래, 함께 가는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라며 "한 회 공연 제작비 대부분을 배우 한 사람이 독식하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정원도 "브로드웨이에는 배우 개런티의 상한가와 하한가가 있다고 들었다"며 "제작비가 한정적인 환경에서 누군가가 2천만~3천만원을 가져가면 누군가는 1만원을 받고 공연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업계의 '좋은 선배', '좋은 선례'가 되고 싶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남경주는 "여전히 노래, 연기가 부족한 걸 느낀다"며 "보컬 레슨도 받고, 작년 대학원에도 입학했는데 죽을 때까지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정원도 "죽기 전날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서 습관처럼 운동하고 관리를 하게 된다"며 "쉬는 날보다 공연하는 날이 컨디션이 더 좋으니 뮤지컬 배우가 정말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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