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로 일석삼조 노린다…백화점식 정책 나열에 실효성은 '글쎄'
정부, 무역투자 회의로 일자리 창출에 내수진작까지 '세 마리 토끼' 쫓아
전문가들 "기존 추진 정책 정리한 수준…임팩트 안 보여" 지적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민경락 김수현 기자 = 정부가 27일 연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투자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이 논의됐다.
지역 경제 활성화, 고령사회 유망산업 육성, 5건의 현장대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투자 심리를 회복시켜 움츠러드는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깨우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가 쏟아낸 100가지가 넘는 정책 대부분은 구체성이 부족하고 백화점식 나열에 그치면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투자 환경 개선과 일자리 창출, 내수 진작을 한꺼번에
이날 회의는 그 이름에 걸맞게 일단 투자여건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투자 증가폭은 설비투자 감소로 축소됐다. 올해 투자 환경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올해 투자계획을 보류하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작년 12월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9%에 불과했다. 57%는 현상 유지를 하겠다고 답했으며, 34%는 축소하겠다고 응답했다.
투자여건 개선 노력을 지속해서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이런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불확실성 해소노력을 강화해 투자 심리를 회복하고, 규제 완화와 투자 애로 해소를 통해 민간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투자여건 개선은 결국 성장 잠재력 확충과 함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여기에 최근 한국 경제를 발목 잡은 내수부진도 이날 회의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함께 논의됐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관광 서비스 등 내수 진작 효과가 큰 대책을 위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고령사회 유망산업 육성을 통한 투자활성화 내용을 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 어디서 봤더라…강행한 회의 결과에서 느껴지는 '기시감'
정부는 현장대기 프로젝트 5개, 지역경제 활성화 62개, 생활밀착형 산업 투자여건 26개, 고령사회 유망산업 육성 59개 등 총 무려 152개 과제를 쏟아냈다.
하지만 상당수가 과거 정책을 되풀이했다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수소차 충전 인프라 강화방안은 지난 10차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프랑스와 독일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직접 주문했던 내용과 겹친다.
정부는 역시 10차 회의에서 강원도 대관령 일대에 '한국판 융프라우 산악열차'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국유림법·초지법 등의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번에 나온 케이블카 규제 완화는 이 정책과 그 취지와 방향 측면에서 차별화된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2014년 8월 제6차 회의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지원책을 내놨지만, 환경단체의 반대와 각 부처 간 갈등 등으로 법적 시비로까지 이어지며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등산과 캠핑 산업 투자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대안도 9차 회의에서 나왔던 스포츠 시설업 육성과 겹치며, 세부적인 부분이 추가됐을 뿐이다.
규제를 완화해 대형할인점이나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서도 소규모 맥주 제조자가 맥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단지 판로만 열기로 했을 뿐이다.
영세한 소규모 제조자가 대규모 맥주 제조사와 소매 경쟁에서 어떤 식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맥주 산업 규제 완화를 위해 부처 간 협의를 시작했지만, 주요 의제로 다뤄졌던 맥주 가격 규제 완화, 제조시설 제한 규제, 세제 문제 등은 아예 대책에 포함되지 못했다.
고령화에 대비해 민간 노인복지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수급여건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재원 등 그 방법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그 밖에 다른 정책을 제시할 때도 '개선', '지원', '마련', '제정' 등 희망 섞인 단어만 나열돼 있을 뿐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구체성이 떨어진다.
◇ 전문가들 "백화점식 대책…임팩트는 부족해"
전문가들은 이번 11차 투자활성화 대책이 빈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새로운 내용 없이 기존 발표된 사안을 정리한 수준일 뿐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정책이 나열식으로 돼 있다"며 "대책별 제목은 좋은데 실제 내용을 보면 파급효과가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사회 유망사업의 예를 들며 "요양에 대한 의료의 공공성과 한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요양 관련 잠재수요가 클 텐데 재가 서비스 활성화만 가지고는 잠재수요를 만족하기에 다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기존에 발표되거나 추진한 사안을 정리하는 수준이라며 "새롭게 추가된 사업도 임팩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성 교수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통상 정책에 여러 변화를 주고 있고 국제 무역질서가 새롭게 구축되는 가운데 우리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며칠 전 발표된 내수활성화 대책도 나열식이었지만 내수진작책에 비해서도 실행 의지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전반적으로 국민의 생활 편의 혹은 레저 욕구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노력의 흔적은 엿보인다"며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그 역시 "투자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규제 시스템 개혁 입법 노력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개별 사안별로 보면 그나마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 확대 방안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은 "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서는 환경 파괴나 안전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홍준표 동향분석팀장은 "케이블카 설치로 자연이 훼손될 수 있고 안전 부실로 한순간에 이룩한 것을 다 까먹을 수 있다"며 "안전만은 강하게 규제하겠다는 생각으로 벌금·과태료를 상상외로 세게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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