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백지선호'의 숙제는 일관된 경기력
(삿포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역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4개가 전부였던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2017 삿포로 대회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역대 최고 성적이긴 하나 쾌거라고 포장하기에는 쑥스러운 결과다.
백지선(50·미국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목표로 했다.
국내에서 주목도가 큰 이번 대회에서 최상의 성과를 거둬 확실하게 '평창 붐업'을 일으키겠다는 복안이었다.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세계선수권 톱 디비전 승격-평창 동계올림픽 8강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평창 로드맵'은 그러나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한국은 1차전 카자흐스탄전에서 졸전 끝에 0-4로 패했다. 카자흐스탄과 역대 전적은 12전 전패가 됐다.
물론 카자흐스탄은 세계 랭킹이 16위로 한국(23위)보다 7계단이나 높은 강팀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베테랑 골리 비탈리 콜레스닉(38)을 제외하고는 23세 이하 어린 선수들을 대거 데려오는 등 2진급 전력이나 마찬가지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최정예 멤버를 내세우고도 본선 티켓을 따내는 데 실패한 카자흐스탄을, 더구나 카자흐스탄 2진에 참패한 충격은 컸다.
우리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격돌할 상대는 카자흐스탄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강팀들이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소 1승을 거둬 8강에 진출하겠다는 구호에 응답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한국은 '숙적' 일본과의 2차전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선수들은 1피리어드부터 강력한 포어체킹에 나서는 등 투지 있게 일본과 맞서 4-1 쾌승을 일궈냈다.
경기를 지켜본 많은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이 일본전처럼 카자흐스탄전에 임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입을 모을만한 경기력이었다.
일본전 승리로 분위기를 추스른 한국은 중국에 10-0 대승을 거두고 은메달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강팀의 조건은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상관없이 일정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데 있다. 일관성은 백 감독이 대표팀 부임 이후 누누이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대표팀 귀화 수비수인 에릭 리건(29·안양 한라)은 "카자흐스탄전에서는 선수들이 많이 긴장해서인지 우리의 경기를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일본전은 완전히 달랐다. 우리는 정말로 경기를 잘 풀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한 가지 느낀 것은 대표팀이 일본처럼 익숙한 팀과 만날 때는 좀 더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한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유럽의 강팀들과 경기할 때에도 그런 자신감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을 마친 대표팀은 4월 22일부터 28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A(2부리그)에서 우크라이나, 헝가리, 폴란드, 오스트리아, 카자흐스탄과 격돌한다.
한국이 상대가 누구건 관계없이 일관된 경기력으로 톱디비전 승격의 꿈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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