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법률고문 "트럼프 '워터게이트 2탄' 될 조짐"
"FBI 불러 '러시아 내통설' 덮으려던 건 닉슨 망령"
언론 때리기·정보기관 정치화 등 닉슨 성향으로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법률고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이 닉슨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견해를 털어놓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존 딘 전 법률고문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방영된 뉴스프로그램 '데모크라시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언론 때리기'나 정보기관 정치화가 여러모로 닉슨 전 대통령의 성향을 빼닮았다고 지적했다.
워터게이트는 재선을 노리던 닉슨 전 대통령이 민주당 선거 사무실이 있던 워터게이트 빌딩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도록 했다가 탄로 나 결국 사임하게 된 미국 최대의 정치 스캔들 중의 하나다.
딘 전 고문은 "지금 내가 보고, 듣고 있는 것은 워터게이트의 반복"이라며 "워터게이트 2탄은 없었지만 우리가 지금 겪는 것은 워터게이트 2탄으로 가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수사국(FBI)을 동원해 대통령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덮으려 했던 것은 닉슨 시대의 망령을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WP는 백악관이 트럼프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 보도를 반박하기 위해 FBI를 동원하려다 실패하자 정보당국 고위 관리와 공화당 의원들까지 섭외해 언론사와 접촉을 시도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이런 트럼프 정부의 행보가 중앙정보국(CIA)을 동원해 FBI의 워터게이트 수사를 방해하려고 했던 닉슨 정부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딘 전 고문의 주장이다.
딘 전 고문은 트럼프의 '반(反) 언론관'도 닉슨에 못지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닉슨은 언론에 비판적인 태도를 사적으로만 밝혔던 것과 달리 트럼프는 이를 대놓고 드러냈다는 것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17일 트위터를 통해 뉴욕타임스와 NBC, ABC, CBS, CNN 등 주류 언론을 "미국 국민의 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언론에 대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딘 전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닉슨 때와 유사하다면 결국 같은 결말을 맞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현재 미국 상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며 "그들은 대통령을 탄핵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들은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주고, 오랫동안 꿈꿨던 내용을 담은 법안에 서명만 해준다면 문제를 제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탄핵은 법적인 아닌 정치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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