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여자 아이스하키 '평창도 기대할게요'
(삿포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우리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골리 신소정(27)의 말처럼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옮겨놓는 데 성공했다.
새러 머레이(28·미국)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5일 대회 5차전에서 홍콩을 14-0으로 대파하고 3승(1연장승) 2패(승점 8점)를 기록하며 대회를 4위로 마쳤다.
비록 메달은 놓쳤으나 과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5전 전패에 그쳤던 참혹한 역사를 되돌아보면 눈부신 성과다.
특히 한국(23위)은 세계 랭킹 7위의 강호 일본과 2차전에서 끈질긴 경기 끝에 0-3으로 분패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일본은 평창 동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오스트리아(6-1승), 프랑스(4-1승), 독일(3-1승)에 전승을 거두고 본선 티켓을 따냈다.
오스트리아(11위), 프랑스(12위), 독일(8위)의 일본전 결과와 한일전 결과를 비교하면 대표팀의 성장이 한눈에 파악된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사력을 다한 탓에 메달권에서는 멀어졌다.
한국은 일본전을 마치고 거의 반나절 만에 카자흐스탄과 3차전을 치렀다. 체력을 소진한 한국은 카자흐스탄에 0-1로 석패했다.
한국이 4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3-2로 꺾은 중국이 앞서 카자흐스탄을 8-3으로 대파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돌아가기보다는 정면으로 부닥쳤다. 일본이 평창 동계올림픽 본선에서 격돌할 상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전을 통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중국전 역전 드라마의 감동은 덤이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은 토너먼트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골리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캐나다를 거쳐 현재 미국 프로리그에서 뛰는 골리 신소정이 버티는 뒷문은 든든하지만 1~2라인과 3~4라인의 기량 편차는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파워 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 기회에서 결정력을 높이는 것도 숙제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비약적인 성장세라면 평창에서 충분히 멋진 한판을 기대할 만하다.
평창에서는 하버드대 공격수 출신 랜디 그리핀(미국), 대넬 임(캐나다), 마리사 브랜트(미국) 등 한국계 3인방까지 합류할 것으로 예상하기에 더욱 그렇다.
척박한 환경과 불투명한 미래에도 아이스하키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하나로 뭉친 대표팀은 삿포로 빙판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태극낭자들은 이제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기적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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