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하면 1∼2년내 관두는 사람이 80%"…중소기업사장 한숨
"중소기업 처우 안좋지만 성장 기쁨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직원이 한 명이었는데 50명이 됐습니다. 연봉이 적더라도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박람회 기획 및 설치·디자인을 하는 중소기업의 이모 대표는 1년 365일 채용공고를 하지만 늘 인력이 부족하다.
서울 도봉구 창동 본사에 40명, 경기도 남양주 공장에 1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7∼8명이 더 필요하다.
채용도 잘 안 되는데 1∼2년 일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80% 가까이 된다. 이 대표가 늘 골머리 아픈 이유다.
이 대표는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력서를 받아보면 스펙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는 갈 수 없을 것 같은데, 결국 그쪽에 도전한다고 안 오는 청년들이 많다"며 "젊은이들이 본인 능력보다 더 높은 기업들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물론 이 대표는 중소기업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의 회사는 동종업계 다른 중소기업들보다 매출이 많고 대체휴무를 챙겨주는 등 여건이 좋지만 연봉 등 여러 면에서 대기업보다는 많이 부족하다.
이 대표는 "기한에 맞춰 일해야 하는 업종이니 야근도 많고 주말근무도 가끔 있어 청년들이 힘들다는 이유로 많이 그만둔다"며 "우리 회사는 면접을 보러 오면 바로 채용하고 해고하는 경우도 드물다. 그 정도로 사람이 늘 필요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소기업 구인난을 해소하려면 결국 대기업과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
급여를 더 주려면 회사가 수익을 더 내야 하는데 대다수 중소기업이 원청의 하도급을 받고 있어 수익성을 개선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나 정부 등 원청이 물가 상승분이라도 중소기업에 이득을 분배해줘야 하는데 사업 단가가 매년 내려간다"며 "최저가 입찰도 여전히 많으니 결국 사업을 맡아도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중소기업 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점점 줄어들고 신청도 복잡해지고 있다"며 "중소기업 구인난은 갈수록 심해지니 지원책을 줄일 것이 아니라 범위를 넓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대기업처럼 처음부터 많은 것을 줄 수는 없지만, 회사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보람과 기쁨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강조한다.
그는 "직원 1명, 매출 3억원의 우리 회사가 13년 동안 직원 50명, 매출 110억원의 회사로 컸다"면서 "중요한 것은 본인이 어느 회사에서 일할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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