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와 며느리'…4년간 같은 학과 다니고 나란히 '학사모'
우석대 한약학과 졸업한 윤동현·김재은씨
(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를 4년간 함께 다니고 나란히 학사모를 썼다.
주인공은 24일 우석대 한약학과를 졸업한 시아버지 윤동현(60)씨와 며느리 김재은(34)씨다.
이들은 2013년에 같이 입학해 4년을 함께 공부한 동기생이다.
독특한 인연은 시아버지 윤씨의 불타는 학구열에서 시작됐다.
초등학교 졸업이 정규학력 전부였던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던 윤씨는 1988년 32살의 나이에 검정고시로 새로 공부를 시작했다.
방송통신 중·고를 거쳐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와 사이버대학 부동산학과까지 마쳤다.
공부에 대한 끝없는 갈증은 한약사로 향했다.
만성질환을 앓는 아내를 돌보며 생긴 새로운 목표였다.
그러나 만만찮은 실력을 요구하는 한약학과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6년간 도전과 낙방을 반복한 끝에 2013년 우석대 한약학과 합격증을 받아들였다.
육전 칠기였다.
어렵게 합격한 만큼 자식뻘인 동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학생회 임원과 한약학과 졸업준비위원장을 맡는 등 누구보다 알차고 바쁘게 대학생활을 했다.
윤씨는 "마음이 중요하지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 4년은 나에게 최고의 청춘시대였다"면서 "특히 항상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준 며느리의 도움이 컸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며느리 김씨는 건국대 03학번으로 이번이 두 번째 대학생활이었다.
전업주부로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던 그에게 학구열에 불타는 시아버지는 항상 새로운 자극제였다.
그러던 차에 '같이 한약학을 공부해보면 어떻겠냐'는 시아버지의 권유를 받고 공부를 시작했고, 우연히 같은 해에 우석대 한약학과에 함께 합격했다.
대학생활을 하며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경사를 맞기도 했던 김씨는 학생으로, 며느리로, 엄마로, 아내로 1인 4역을 하느라 동분서주해야 했지만 시아버지와의 특별한 대학생활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김씨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산 4년이었다"며 "아버님의 공부에 대한 열정과 저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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