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짜리 연극 볼 자신 있나요…'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시간 30분씩 1∼2부 공연…정동환 1인4역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러시아 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다음달 4∼19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도스토옙스키가 말년에 완성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친부살인'을 소재로 그가 평생 탐구해왔던 인간 존재의 근본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깊게 녹아있는 작품이다.
나진환 연출이 이끄는 '극단 피악'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로 2010년 알베르 카뮈가 각색한 '악령'과 2012년 '죄와 벌'에 이어 세 번째 무대에 올리는 도스토옙스키 작품이다.
'카라마조프가의…'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연극으로 만들어졌지만 이번 작품은 공연시간이 총 7시간에 이르는 대작이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방대한 원작의 인문학적 힘을 연극적 언어로 충실히 옮기겠다는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공연은 날짜를 달리해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된다. 1부와 2부 공연시간은 중간 휴식시간(인터미션)을 포함해 각 3시간 30분으로, 모든 공연을 보려면 총 7시간이 걸린다.
1부와 2부의 공연 날짜는 모두 달라 하루에 1부나 2부 중 하나의 공연만 볼 수 있다. 다만 토요일인 3월11일과 18일에는 1,2부를 하루에 다 볼 수 있다. 이 경우 오후 2시부터 3시간 30분 공연을 보고 1시간 30분간 쉰 뒤 다시 오후 7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봐야 한다. 평일에도 오후 7시에 공연이 시작되는 만큼 밤 10시30분에야 공연이 끝난다.
3만∼6만원인 입장권 역시 공연별로 각각 구매해야 한다. VIP 좌석(6만원)으로 공연을 모두 다 보려면 12만원이 들어 연극 공연으로서는 비싼 편이다.
연극계에서 3시간 이상의 장시간 공연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2004년에는 역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5시간 30분짜리 단일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당시 연출진은 이틀에 걸친 8시간 공연을 기획했으나 관객이 부담스러워할 것을 우려해 공연 시간을 줄였다. 같은 해 공연된 이윤택 연출의 '뇌우' 역시 4시간30분짜리 연극이었다.
외국에서는 더 긴 공연 사례도 있다. 미국 연출가 로버트 윌슨은 1973년 오후 7시에 시작해 다음날 아침 7시에 공연이 끝나는 12시간짜리 오페라 '이오시프 스탈린의 삶과 시간'(The Life and Times of Joseph Stalin)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관객에게 시간과 비용면에서 큰 수고가 드는 공연은 출연진들에게도 상당한 도전이다.
관록 있는 배우 정동환(68)이 도스토옙스키와 조시마 장로, 대심문관, 식객 등 1인 4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도스토옙스키는 원작에는 없는 역할로 극을 진행하며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이다.
카라마조프가의 아버지 표도르 역은 박윤희가, 큰아들 드미트리 역과 둘째 아들 이반 역은 김태훈과 지현준이 각각 캐스팅됐다. 셋째아들 알료샤와 혼외자녀인 스메르자코프역은 각각 이다일과 이기돈이 맡는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우수작품의 창작부터 유통까지 지원하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의 연극부문 지원작이다.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