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돌직구…"위선적인 신자보다는 무신론자가 낫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과 행동이 다른 가톨릭 교회의 일부 구성원들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교황은 23일 바티칸 교황 처소인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에서 집전한 아침 미사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일부 가톨릭 신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날 설교 중 즉흥적으로 "추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진 교황은 "추문이란 하나를 말한 뒤 이 말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이중적 삶을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스스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고 주장하면서 항상 성당에 가고, 이런 저런 (교회)단체에 소속돼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내 삶은 기독교적이지 않다'고 고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교황은 "이 사람들은 직원들에게 제대로 월급을 주지 않고, 사람들을 착취하며, 더러운 사업을 하고, 돈 세탁을 한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이중 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교황은 "이런 가톨릭 신자들이 많이 존재하고, 그들이 추문을 일으킨다"며 우리는 가톨릭 신자가 무신론자보다 더 훌륭할 것이라는 말을 너무나 자주 듣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셈이라고 한탄했다.
2013년 즉위 직후 "기독교도들은 무신론자가 선을 행할 경우 그들을 선한 사람들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는 파격을 선보인 교황은 그동안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에게 성경의 가르침을 실제로 행할 것을 일관되게 촉구해왔다.
교황은 또 최근 몇 년 간 가톨릭 교단을 얼룩지게 한 아동 성추행을 저지른 성직자들을 '악마의 무리'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는 한편 '교회의 왕자'로 불리는 가톨릭 교단의 최고 직위인 추기경들에게 진짜 왕자처럼 행동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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