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년대 조리법으로 만든 '대추인절미'는 어떤 맛일까
국립한글박물관, 소장자료 '음식방문' 연계 강연회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운 찹쌀을 말끔하게 씻어서 물에 담갔다가 건져내고 곶감과 대추의 씨는 발라버리고 밥 찔 때 같이 찝니다. 이걸 절구에 넣어 찧어요. 깨는 껍질을 벗겨 묻히고 녹두나 팥도 두루 묻힙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 23일 열린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에서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 이사장이 '대추인절미'의 조리법을 설명한 뒤 직접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 온 갈색 떡을 깨, 녹두, 팥을 곱게 간 삼색 고물에 각각 묻혔다.
그는 대추인절미 외에도 율란(밤으로 만든 한과), 조란(대추로 만든 한과), 연근 정과(꿀이나 설탕물에 조린 음식)를 조리해 가져와 강연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한 이사장은 "1880년대 방식으로 만들어서 현재 입맛에는 썩 맛있다는 생각이 안 들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인공 조미료를)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아서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추인절미를 맛본 사람들은 "고소하다"거나 "쫀득쫀득하다"며 감탄했다.
'옛 책으로 본 조선의 맛과 멋'을 주제로 개최된 이번 강연회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인 한 이사장은 이 음식들을 '음식방문'이라는 책에 나온 대로 조리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음식방문'은 만두, 붕어찜, 떡볶이 등 40여 가지 음식의 조리법을 수록한 고서다. 성인 남성의 손바닥보다 조금 큰 가로 20.7㎝, 세로 21.4㎝ 크기로, 표지와 내지 첫 장에 '임오 오월'이라고 쓰여 있어 한 양반가에서 1882년에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이사장은 "'음식방문'은 어느 집 조리서에나 붙일 수 있는 이름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과 동국대에도 동명의 책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시대의 조리서들을 보면 당시의 음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며 "국화잎에 다진 고기를 넣고 감싸서 데친 '국화만두'처럼 국립한글박물관 소장본 '음식방문'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음식도 있다"고 덧붙였다.
130여 년 전에 작성된 '음식방문'에는 '숭어주악', '금중탕', '생청장포' 등 지금은 생경한 음식이 많다.
한 이사장은 이 가운데 숭어주악에 대해 "숭어는 차지고 양이 많아서 선조들이 생선 중에 최고로 쳤다"며 "주악은 송편처럼 만든 음식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번 행사에 이어 두 달에 한 번씩 소장자료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는 놀이를 통해 제사 상차림을 배울 수 있는 책인 '습례국', 1904년 창간된 신문인 '대한매일신보' 등을 강독한다.
김철민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지난해까지는 고소설 위주로 강독회를 진행했는데, 한글박물관에는 문학 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한글 자료가 있다"며 "많은 사람이 옛 한글 자료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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