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쿠릴열도에 사단병력 연내 배치…'허찔린' 日, 강력항의(종합)
쿠릴 반환하지 않겠다는 러시아 의지표명 해석…반환 노력 日 '당황'
(서울·도쿄=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김정선 특파원 = 러시아가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사단 규모의 병력을 연내 새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협상을 통해 쿠릴 열도를 반환받으려 노력해온 일본이 당혹해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쿠릴열도는 자국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며 외교 루트를 통해 항의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현지시간으로 22일 러시아 하원에 출석해 국경 방어 방침을 설명하는 가운데 쿠릴 열도를 포함한 섬 지역과 관련해 "우리 섬들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연내 사단 규모의 군대를 배치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NHK는 러시아의 이런 계획이야말로 일본과 대화를 하면서도 북방영토가 자국 영토라는 입장에 따라 해당 지역의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러시아가 북방영토를 장기적으로 군 거점으로 삼으려는 생각을 확실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쇼이구 장관은 새로 배치할 사단의 규모와 배치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군의 1개 사단은 5천~2만 명 규모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와 오늘 고위급을 포함한 외교 루트를 통해, 이것이 러시아군의 군비 강화를 위한 것이라면 북방 4개 섬은 우리 고유의 영토라는 우리나라 입장과 상반돼 유감이라는 취지로 항의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이번 사안과 관련돼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 측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안에 대해 다음달로 예정된 일본-러시아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안건으로 협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한 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북방영토 문제 자체의 해결이 필요하므로 양측이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만들어가면서 끈질기게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작년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쿠릴 4개 섬에서 공동경제활동 실현을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영토협상에선 특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 내에서는 내달 러시아와의 2+2 회담을 계기로 북방영토 문제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러시아의 쿠릴열도 사단 병력 추가배치 발표로 협상에 난관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4개 주요 섬중 구나시리(러시아명 쿠나시르)와 에토로후(러시아명 이투룹)에는 현재 3천500명 규모의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구나시리와 에토로후에 군 관계자와 가족용 주택과 학교 등 관련 시설 건설을 추진해 왔고 열도 중앙의 마쓰와도에도 군사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작년에 구나시리와 에토로후에 신형 지대함미사일도 배치했다.
고쓰키 도요히사(上月豊久) 러시아 주재 일본 대사는 쇼이구 장관의 발언이 나온 후 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의 북방영토 배치는 "일본의 기본 입장과 맞지 않는 것으로 유감"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에 앞서 이달 중순 러시아가 이름이 없던 쿠릴열도 무인도 5개에 옛 소련과 러시아 정치가, 군인 등의 이름을 붙였을 때도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고유의 영토에 러시아의 이름을 붙인 건 유감"이라며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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