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돌아간 朴대통령 헌재 출석…더 복잡해진 셈법
헌재 "질문할 뿐 추궁 안한다" 입장…최종 결심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직접 나올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당초 22일까지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직접 최후진술을 할 것인지를 확정해 달라고 대통령 대리인단에 요구했다.
마지막 증인신문일인 22일 16차 변론 때 이 문제는 결정될 것으로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대통령 측이 시간 촉박을 이유로 최종변론일 연기를 신청했고, 헌재가 이를 일부 수용하면서 대통령 출석 문제는 다시 원점이 됐다.
헌재가 변론 종결일을 24일에서 27일로 미루고 동시에 대통령 출석 여부에 대한 답도 26일까지 해달라고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대통령 측이 원하는 일시는 아니지만, 당초 예정 기일보다는 늦춰 잡는 형태로 절충해 받아들였다.
이에 대리인단은 이날 있었던 상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출석 문제에 대해 다시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측의 계산은 한층 더 복잡해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날 변론에서 재판부와 날 선 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법조계 원로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 작심한 듯 국회는 물론, 헌재를 비판했다. 심판 절차가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국회를 '야쿠자', 강일원 주심 재판관을 '국회 측 대변인'에 비유하는 등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이어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하면 "시가전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며 "내란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고까지 했다.
탄핵이 인용되면 자칫 내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헌재 안팎에선 위험 수위를 넘은 '협박성' 발언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강 재판관에 대해서는 기피 신청까지 냈다.
대통령 측은 김 변호사의 언행이 대리인단 전체의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재판부와 극한적인 대립 구도로 몰아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출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리인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는 심판에 서는 것은 오히려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측이 부담으로 느꼈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돼 출석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대통령 측은 박 대통령 출석 시 재판부와 국회 측으로부터 당사자 신문을 받는 모양새에 큰 부담과 불만을 느껴왔다. 자칫 형사재판의 피고인 모습을 떠올릴 수 있고, 가뜩이나 '형사재판화'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헌재 심리에서 대놓고 피고인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강 재판관은 이날 대통령 측의 부담을 덜어줬다.
'증거조사 방법으로서의 신문은 허용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나온다면 '질문'을 할 뿐 '추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답변할 때에는 대리인의 조력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1시간 이상 '신문'할 것으로 알려진 국회 측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대통령 측으로서는 어느 정도 문제점을 해소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출석은 대통령 측으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 대통령의 선택이 남은 상태여서 어떤 최종 결심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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