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탄 여자기사 오유진 "다음엔 이세돌과 한판!"
"실전 많아지면서 자신감↑…남자 기사 상대로도 성적 내고파"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오유진(19) 5단은 여자 바둑의 떠오르는 대세다.
오유진 5단은 지난해 제7회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첫 타이틀을 획득했다. 우승의 물꼬를 세계대회에서 튼 것이다.
곧바로 국내기전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한 달 뒤 제21기 BnBK배 프로여류국수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단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오유진 5단은 2016년 바둑대상 여자기사상까지 거머쥐었다.
밝고 친근한 모습을 지닌 그에게 팬들은 '미소천사'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2012년 7월 입단, 기대주로 주목받아온 오유진 5단이 본격적으로 기량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오유진 5단이 한 단계 올라선 분명한 계기가 있었다.
2015년 창설된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다.
오유진 5단은 "첫 여자바둑리그 때 팀(인제 하늘내린)이 저를 1주전으로 뽑아주셨다. 그 이후로 갑자기 성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여자 바둑 기사들은 남자 기사들보다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적다. 그러나 여자바둑리그가 생기면서 실전 기회가 늘어났다.
오유진 5단은 "대국 수가 많아지면서 실전 감각이 좋아졌다. 성적이 좋아지니 자신감과 기세가 생겼다"며 '기회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그해 여자바둑리그에서 오유진 5단은 팀의 우승을 이끌면서 초대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고, 다승왕 타이틀까지 획득했다.
오유진 5단은 "올해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라며 지속적인 성장을 다짐했다.
특히 "아직 남녀 기사가 함께 출전하는 통합기전에서는 성적을 못 냈는데, 그런 기전에서도 성적을 내고 싶다"며 여자 바둑의 틀 안에서만 활약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기고 싶은 남자 기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오유진 5단은 곰곰 생각하더니 "이기겠다기보다는, 이세돌 9단 사범님과 두고 싶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저와 스타일이 되게 다르시다. 기보를 보면 발상이 자유롭다는 느낌을 주신다. 대국을 해보면 새로움을 느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바둑 스타일에 대해서는 "침착하고 안정적으로 둔다"며 "방송 해설에서는 이창호 9단 사범님과 비슷하다고도 말씀해주신다"며 웃었다.
'탈 인간계 바둑'의 대명사로 떠오른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에도 흥미를 보였다.
오유진 5단은 "정말 다르더라. 충격을 많이 받았다"며 "정말 생각도 못 한 수를 많이 두더라. 많이 새롭게 다가왔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7살에 취미로 바둑을 시작했다가 재능을 발견, 8살부터 프로기사를 목표로 본격적으로 바둑에 매진했다.
오유진 5단은 "워낙 어릴 때부터 바둑에 집중했으니 일반 학교생활 등 평범한 것들을 못하기는 한다"면서도 "그래도 집중력과 한번 시작하면 끝을 내는 능력은 많이 생겼다"며 프로기사로 사는 삶을 소개했다.
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한국기원 국가대표 훈련실에서 바둑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쇼핑이나 영화 감상 등 외부에서 취미생활을 즐긴다.
오유진 5단은 바둑 팬과 소통하는 시간도 더 많이 갖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자 바둑의 매력도 소개했다.
오유진 5단은 "여자 바둑도 전투 바둑이 많다. 남자바둑에서는 실력 차가 큰 기사들이 바둑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바둑은 서로 실력 차가 크지 않아서 치열하다"며 "더 흥미로운 대결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