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관여 北현광성, 외교관 면책으로 처벌 면하나
등록된 외교관일 경우 말레이 당국이 할 수 있는 건 추방뿐
'무늬만 외교관'이라도 대사관 안에서 버티면 체포 못 해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 현직 외교관이 말레이시아 경찰에 의해 김정남 암살 연루자로 지목됐지만, 그에 대한 직접 수사나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22일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을 암살 연루자로 지목했다.
만약 그가 말레이시아 정부에 등재된 정식 외교관으로서 말레이시아에 머무르고 있다면 북한 정부가 그에 대한 면책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말레이시아 당국은 그를 기소해 처벌할 수 없다. 외교관 면책 특권 때문이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의거, 외교관은 중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주재국의 민사 및 형사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
결국 현광성이 정식 외교관 자격으로 아직 말레이시아에 있다면 당장 말레이시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추방뿐이다.
외교관을 파견한 보통의 국가라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교관을 자국 내에서 국내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지만, 만약 이번 사건이 북한 수뇌부가 지시한 조직적 '국가범죄'라면 북한 당국이 지시를 이행한 외교관을 제대로 처벌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만 현광성이 외교관 여권을 소지하고 있더라도 그가 말레이시아 정부에 외교관으로 정식 등재돼 있지 않다면 면책 특권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게 외교 전문가의 설명이다.
말레이시아 외교부가 공개한 2016년 12월 기준 말레이시아 주재 외교관 명부(DIPLOMATIC AND CONSULAR LIST)를 연합뉴스가 확인한 결과 북한 대사관 직원 가운데는 '2등 서기관 현광성'이라는 인물이 없었다. 단순 누락된 것인지, 현광성이 외교관 여권만 가졌을 뿐 정식 외교관이 아닌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설사 현광성이 '무늬만 외교관'이라고 해도 대사관이 그의 신병을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에 넘겨주지 않는 한 말레이시아 공권력이 대사관에 들어가 그를 체포하는 등의 강제수사를 할 수 없다. 국제법상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은 북한 영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광성이 정식 외교관이 아니더라도 대사관 안에 있다면 대사관 부지 안에서 버틸 수 있으며, 외교 차량은 재외공관과 같은 법적 지위를 갖기 때문에 차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대사관 차를 몰고 대사관 밖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외교 전문가는 설명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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