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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브랜드 직수입한 일본 규슈올레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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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브랜드 직수입한 일본 규슈올레 '대박'

미야마·기요미즈야마 등 19개 코스 개장…한국인 올레꾼 등 외국인 관광객 급증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오∼ 스고이! 스고이!"

지난 19일 오전 9시 40분께 일본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현 미야마(美山)시에 있는 해발 200m 높이의 조야마사적삼림공원 정상의 전망대에 오르자 일본인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한 시간쯤 전에 해발고도 0m에 가까운 하치라쿠카이교단에서 '미야마·기요미즈야마 코스'로 명명한 규슈올레 개장식을 하고 출발한 올레꾼들이 "대단해"를 연발하는 소리다. 하늘을 찌를듯한 대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제법 가파른 산길을 올라온 뒤 시야에 펼쳐진 드넓은 미야마 평야와 도시의 모습은 누구나 감탄할만했다.

이 코스는 천태종의 개조대사(開祖大師)인 사이초(最澄)에 의해 건설됐다는 절인 기요미즈데라로 이어졌다. 인연을 맺고 임신과 순산을 기원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절이다.

젖이 잘 나오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여성들이 젖가슴 모양의 소품을 달아놓은 전시판은 가장 이색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아픈 곳과 같은 곳을 어루만지면 병을 낫게 해준다는 나데보토게 불상은 매일 많은 손을 타는지 번들번들했다. 종점까지 11.5㎞를 걷는데 4∼5시간 정도 걸린다.






앞서 18일에는 가고시마(鹿兒島)현 이즈미(出水)시에서 18번째 규슈올레인 '이즈미 코스' 개장 행사가 열렸다. 세계 흑두루미의 약 80%, 재두루미의 50% 정도가 겨울을 나기 위해 찾는다는 이즈미시는 풍성한 산골 마을이다.

444년 전 창건된 이쓰쿠시마신사에서 출발해 고메노스강을 따라 논과 고가와 댐을 지나 해발 150m 높이의 산을 하나 넘는다. 5만 석의 쌀을 생산하기 위해 주민들이 만들었다는 수로를 따라가다 옛날 사무라이 무사들이 살았다는 고택들이 있는 이즈미후모토 역사관까지 걸었다. 총 13.8㎞로 좀 길지만 역시 4∼5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이번 규슈올레 개장행사는 6번째다. 이번 개장식에는 한국에서 온 110명과 일본인 등 총 1천여명이 참가했다.

규슈올레는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규슈관광추진기구가 '제주올레' 브랜드를 직수입한 것이다.






2005년 규슈지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63만1천389명에 불과했다. 규슈지역의 7개 현은 이에 외국인 관광객 1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규슈관광추진기구를 만들었다. 이 기구에는 각 현은 물론 일본 최대의 여행사인 JTB와 니혼요코 등 여행사와 규슈전력, NTT 도코모, JR규슈, 버스회사 등 크고 작은 180여 개 회원사가 출자했다. 1년 예산은 5억엔이다.

규슈관광추진기구가 출범하고 나서 5년이 지나도 성과는 별로 신통치 못했다. 이에 2010년 해외유치추진부의 한국 담당 이유미 주임이 제주올레를 벤치마킹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다음 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27.4% 줄었다. 조급해진 기구는 5월에 제주올레 관계자들을 초청해 협의하고, 8월에 제주를 찾아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업무제휴를 했다. 명칭을 규슈올레로 하고, 제주올레의 로고는 물론 간세와 화살표, 리본 등 표식을 모두 그대로 쓰는 것으로 계약했다.

2012년 2월 드디어 1차 규슈올레 개장식을 했다. 당시 사가(佐賀)현 다케오 코스(12.3㎞), 구마모토(熊本)현 아마쿠사·이와지마 코스(12.3㎞), 오이타(大分)현 오쿠분고 코스(11.8㎞), 가고시마현 이부스키·가이몬 코스(12.9㎞) 등 4개 코스를 개장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4개 코스씩 추가로 개장했다. 4차로 3개 코스. 5차로 2개 코스를 차례차례 개장했다. 이번까지 총 19개 규슈올레 코스가 완성됐다.

규슈올레 개장과 더불어 한국인 관광객이 늘기 시작했다. 연간 한국인 규슈올레 탐방객은 2012년 1만6천750명, 2013년 2만4천160명, 2014년 4만740명이다. 지난해 3월까지 규슈올레 탐방객은 총 22만3천620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63.3%인 14만1천500명이고, 일본인은 36.7%인 8만2천120명이다.






규슈지역의 전체적인 외국인 관광객도 해마다 증가했다. 일본 법무성의 출입국관리통계를 보면 2011년 72만6천459명에서 규슈올레 첫 개장식이 열린 2012년 115만103명, 2013년 125만7천558명, 2014년 167만5천231명, 2015년 283만2천359명으로 급증했다.

규슈관광추진기구 계속해서 제주올레의 조언을 받아 앞으로도 매년 2∼4개의 코스를 더 개장해 총 30개 코스로 늘릴 계획이다.

2004년 일본인과 결혼해 규슈에서 사는 이유미 주임은 "아무래도 '짝퉁' 올레를 만들기보다 제주올레를 그대로 규슈로 옮겨온 것이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며 "현재까지는 한국인 올레꾼이 많지만 아마도 내년부터는 일본인 올레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지역의 자연과 생태, 소박한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올레의 운영 철학을 유지했던 것이 지난 5년 동안 규슈올레가 꾸준히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라며 "앞으로도 올레가 담은 철학을 공유해나가는 글로벌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kh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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