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오일머니'부국 베네수엘라, '식량난'에 국민 75% 체중감소(종합)
'먹을 게 없어서' 평균 8.62㎏ 살 빠져…82%가 빈곤 상태
좌파 차베스가 낳은 비극…식품생산 통제에 유가폭락 겹쳐 식량난 가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지난해 베네수엘라인 10명 중 8명가량이 경제난에 따른 식량 부족으로 9㎏ 가까이 체중이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엘나시오날 등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몬 볼리바르 대학이 6천500가구를 상대로 지난해 생활조건을 조사(Encovi)한 결과, 약 75%가 식량 부족으로 평균 8.62㎏ 살이 빠졌다.
32.5%는 하루에 한 끼 내지는 두 끼밖에 못 먹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11.3%였는데, 1년 사이 약 3배로 늘어난 셈이다.
82%는 빈곤상태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입으로는 음식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93.3%에 달했다. 대부분이 버는 돈으로 식비조차 댈 수 없다는 것이다.
부모와 번갈아 식품 배급 줄을 서야 하는 등 식량을 이유로 자녀가 학교에 결석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65%로 파악됐다.
마리차 란다에타 베네수엘라 보건관측소 연구원은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식습관 변화가 포착된다"면서 "예전에는 베네수엘라인들의 주식이 쌀과 빵, 파스타였지만 지금은 감자 등과 같은 덩이뿌리와 야채 등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때 '오일 머니'로 중남미 좌파 국가들을 호령했던 베네수엘라는 유가폭락과 정부의 생산·외환 통제정책, 세자릿수에 달하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식량은 물론 생필품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식량 부족 현상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도입한 생산시설 국유화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04년 식품부를 신설한 뒤 농장과 공장을 국유화해 생산 부족 현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사망한 뒤 2014년부터 시작된 유가 급락은 베네수엘라의 식량 위기를 더욱 부채질했다. 수출의 96%를 원유에 의존하는 산유국 베네수엘라 정부가 재정적 위기를 겪으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일부 식품 물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마두로 대통령이 식량난을 타개하려고 지난해 군부에 식량의 수입과 공급의 전권을 맡겼지만, 군 고위 당국자가 식량 밀거래에 직접 참여하거나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부정부패를 저지르면서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식량을 사기 위해 식료품점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흔한 풍경이다.
식량 부족이 만성화되자 국민 사이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빗댄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심지어 식량난이 극심해지자 개는 물론 고양이, 개미핥기 등 식용이 가능한 동물의 사체가 시내 곳곳의 쓰레기통에서 흔히 발견되고 있다.
마라카이보 지역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로베르트 리나레스는 마이애미 헤럴드에 "청소를 하다 보면 때때로 동물의 머리, 창자, 다리만을 발견한다"면서 "예전에는 이런 일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통제할 수 없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약 700%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천66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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