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심석희 "계주·1,000m에서 좋은 마무리"
(삿포로=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중국 판커신의 '나쁜 손' 탓에 자신의 첫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기회를 날린 '쇼트트랙 여제' 심석희(20·한국체대)가 남은 여자 계주와 1,000m에서 '금빛 사냥'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졌다.
심석희는 21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중국의 판커신과 나란히 실격 처분을 받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결승선을 앞둔 마지막 코너에서 심석희가 앞서 가던 판커신을 인코스로 추월하는 과정에서 판커신이 심석희의 무릎부위를 잡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판커신이 2위, 심석희가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둘 다 실격돼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경기를 지켜본 쇼트트랙 관계자들도 심석희의 실격 판정에 의문을 제기했을 정도로 모호한 판정이었다.
한 빙상 관계자는 "심석희가 인코스로 추월하는 과정에서 판커신과 신체 접촉이 있었지만 판커신이 밖으로 밀려나지 않고 버텼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반칙을 잘 선언하지 않는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판커신이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올 때 원심력 때문에 밖으로 밀려나가는 상황에서 심석희의 발을 잡았다"라며 "판커신은 명백한 실격상황이 맞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심판의 판정은 바뀌지 않았고, 김선태 대표팀 코치 역시 "심판들이 여러 가지 각도에서 비디오를 보고 판단했기 때문에 아쉽지만 따를 수밖에 없다"고 아쉬운 감정을 추슬렀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심석희도 아쉽지만 남은 두 경기에서 선전을 펼쳐 금메달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심석희는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제가 판커신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조금 마찰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저도 실격을 받고 판커신도 실격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도 제가 실격 받은 부분은 추월하는 과정에서 인코스로 파고드는 타이밍이 조금 늦었기 때문인 것 같다"라며 "판커신은 제 허벅지를 잡으면서 실격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심석희는 오히려 이번 판정이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나왔다고 담대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중국 선수들의 견제를 염두에 두고 경기에 나섰다"라며 "그런 상황 자체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나 스스로 부족함도 느낀다"고 말했다.
심석희는 "500m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그래도 매 경기를 경험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발전하고 있어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1,000m와 계주가 남았는데 집중해서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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