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리스크 전이 막는다…당국 2금융권 관리 강화
은행에 도입했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2금융권으로 확대
2금융권 대출 문턱 높아지면 저축은행·대부업체로 풍선효과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박의래 기자 = 정부가 2금융권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은 은행권에 가이드라인 적용 후 2금융권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서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주택담보대출의 소득 심사를 강화하고 원금과 이자를 나눠서 갚도록 하는 제도다.
2금융권 대출 조이기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관리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2금융권마저 대출 조이기에 들어가면 서민들의 돈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2금융권보다 대출 조건이 나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로 옮겨 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제2금융권이 가계부채 급증 견인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의 고삐를 죄려는 것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는 47조7천억원 증가해 전년 동기와 전 분기 증가액을 크게 웃돌았다. 2015년 4분기 증가액은 38조2천억원이었고 지난해 3분기 증가액은 39조원이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증가 폭이 감소하는 등 가계대출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은행의 분기별 가계대출 증가액은 2015년 4분기 22조2천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7조2천억원, 4분기 17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보험, 상호금융 및 새마을금고, 판매신용의 경우 4분기에도 증가세가 확대되어 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권 분기별 가계대출 증가액은 2015년 4분기 3조6천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에 4조6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상호금융 가계대출 증가액은 2015년 4분기 6조7천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7조5천억원으로, 새마을금고는 2015년 4분기 1조7천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4조7천억원으로 각각 급증했다.
판매신용은 2015년 4분기 1조7천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4조8천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제2금융권 이용고객은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보다 소득 수준이 낮거나 불안정하다. 쉽게 말해 신용도가 은행을 이용할 수 없을 정도이거나 은행에 이미 많은 채무를 갖고 있어 더는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고객들이 제2금융권을 찾는다.
제2금융권은 이런 취약차주 비중이 은행권보다 높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 이들에 대한 여신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제2금융권에서 리스크가 발생하면 은행권과 겹쳐있는 고객 등을 통해 은행권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고 경기 부진, 금리 인상 지속 등이 겹치면 전체 금융권으로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제2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적극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 2금융권도 가이드라인 적용…올 가계부채 증가율 한 자릿수로 관리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적용했던 각종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2금융권에도 적용한다는 것이 이번 가계부채 대응방향의 핵심이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대출을 위한 소득 심사가 이전보다 엄격해 지고 대출 후에는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서 갚게 된다.
대출받기가 어려워지고, 대출을 받더라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이전보다 대출을 많이 받기 어려워지면 대출증가율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란 생각이다.
일단 내달부터 자산규모 1천억원 이상 조합에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6월부터는 전체 조합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빠른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적정성도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가계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새마을금고와 보험사에 대해서는 리스크관리상황 등을 보다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은행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은행권 대출이 새마을금고와 보험사로 대폭 옮겨가면서 위험성이 큰 대출이 얼마나 있는지 점검해 해당 기관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상반기 중 70개 조합과 금고를 특별 점검할 계획이다.
대출 조이기 뿐 아니라 부채의 질적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연내 금융회사 표준심사모형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소득산정기준을 개선해 대출자의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막는 계획이다.
◇ 대출 조이기에 서민 자금난 우려
2금융권까지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서민들이 당장 자금난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자만 갚던 대출에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다 보면 상환 부담이 커져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확대로 소득 수준이 낮거나 정기적 소득이 없는 금융소비자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주로 서민이나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돈을 빌리지 못하면 대출을 포기하거나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 금융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 금융권은 저축은행, 신용카드, 대부업체 등으로 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보다 금리가 높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경기마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사람은 저소득·저신용층"이라며 "취약계층의 리스크가 올라가면 이들에게 주로 대출해 주는 곳의 부실화 위험도 함께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각종 정책금융을 통해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미소금융과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4대 정책서민자금의 공급 여력을 5조7천억원에서 7조원으로 늘려 67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강화하기로 했다.
또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 대출의 한도(1조원)가 소진되면 즉시 1조원을 추가 공급해 사잇돌 대출이 끊기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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