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권 대변인' 역할 강철 말레이 대사는 누구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김정남 암살 사건의 수사와 시신의 처리 문제 등을 놓고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첨예한 외교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연일 수위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북한의 입'으로 부상한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주목받고 있다.
강 대사는 20일 북한 배후설이 제기된 데 대해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공동조사를 요구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외교부에 불려 들어가 비공개 면담을 하고 나오면서 개최한 기자회견장에서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남성 용의자 5명의 국적이 북한으로 확인됐다며 김정남 암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데 대해 전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셈이다.
앞서 강 대사는 지난 15일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 모습을 드러내고 취재진에게 "주권침해", "거짓선동", "명예훼손" 등 외교관답지 않은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한밤의 '생떼회견'을 연출했다.
강 대사는 심지어 "말레이시아 정부는 한국 정부와 결탁해 북한이 배후라고 한다"고 위험 수위를 넘어서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40년 넘게 북한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말레이시아 주재 대표 외교관의 발언으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강 대사의 언행은 곧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북한 정권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지에서는 강 대사가 본국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 대사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면 영국의 유명가수 캘린 해리스가 부르는 '블레임(blame)'이 통화연결음으로 설정된 것이 각국 취재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전화를 걸면 '날 탓하지 마(don't blame on me )'라는 가사가 흘러나오는 것이 평양의 압박에 시달리는 강 대사의 복잡한 심경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강 대사는 2014년 6월 장성택 조카인 장용철의 후임으로 말레이시아 및 브루나이 대사로 부임했고, 이전 경력과 직책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은 장성택 처형 과정에서 장용철과 매형인 전영진 쿠바 대사를 평양으로 소환함으로써 외무성 내 장성택 인맥의 싹을 잘라냈다.
그런 만큼 강철 대사가 장용철의 후임으로 임명된 것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또한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로 임명된 후 장성택의 동남아지역 비자금 및 인맥을 파헤치는 데도 모종의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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