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해제안, 2월초 백악관에 비밀리에 전달
우크라이나 의원이 만들고 트럼프 변호사가 NSC 보좌관에게 전해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설'로 사임하기 1주일 전에 이미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계획이 백악관에 비밀리에 전달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1월 말에 우크라이나 의원인 안드리 아르테멘코와 러시아 출신 미국인 사업가 펠릭스 세이터,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 등 세 명이 뉴욕 맨해튼의 로우스 리전시(Loews Regency) 호텔에서 만났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아르테멘코가 작성한 러시아 제재 해제 방안이 코언에게 전달됐고, 이는 이후 플린 보좌관에게 전해졌다.
코언은 "세이터가 서면으로 된 방안을 밀봉된 봉투에 담아서 나한테 줬다. 나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이달 초에 제안서를 플린 사무실에 전했다"고 인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제안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빌미가 됐던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50년 또는 100년간 임대하는 방안을 우크라이나 국민투표에 부치는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제안서를 백악관이 깊이있게 검토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러시아 연관성을 연방수사국(FBI)과 의회가 조사하는 때에도 막후에서는 러시아 제재 해제 방안이 계속 논의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제안서 전달에 관여한 사람들은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단순한 희망에서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안서 전달에 관여한 개인들도 걱정스러운 면모를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원인 아르테멘코는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페트로 포로셴코와 대립하고 있으며, 그의 부패를 입증할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제안과 관련해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고 보좌관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의원이면서도 러시아 측의 구미에 맞는 제안을 만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00년대 초반 횡령 사건에 연루돼 2년 반 동안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에는 자신의 '트럼프다운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서구에서 국수주의 지도자들의 부상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해답은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인 발레리 찰리는 "아르테멘코는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어떤 외국 정부에도 평화안을 제안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장기 임대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러시아의 이해를 공개로 지지하는 사람들만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공격했다.
세이터는 트럼프와 오랫동안 사업상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 출신 미국인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뒤 뉴욕에서 성장한 그는 10여년전에 마피아가 연루된 주가조작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하기도 했다.
제안서를 백악관에 전달한 코헨은 FBI로부터 러시아와의 연관성 의혹을 수사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2007년에 트럼프 오그나이제이션에 특별 고문으로 합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신뢰하는 충성스런 직원으로 여겨진다.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과 결혼하고 한때 우크라이나에서 에탄올 사업을 하는 등 우크라이나와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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