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난민수용 촉구집회 수십만 운집…"우리집이 당신들의 집"
反스페인 정서 강한 바르셀로나서 열려…난민수용 인원 당초 약속의 10분의 1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미국과 유럽에서 반(反) 난민 정서가 커지고 있지만 스페인에서는 이런 흐름과 반대로 정부에 난민들을 더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18일 오후(현지시간) 정부에 난민 추가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이 집회에 수십만명이 참가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카탈루냐어로 쓰인 '우리 집이 당신들의 집이다' '변명은 그만, 그들을 당장 수용하라' '더 이상의 죽음은 없다, 국경을 개방하라'등의 팻말을 들고 구도심 비아 레타나가(街)로 행진했다.
스페인 경찰은 집회 참가자가 16만 명이라고 집계했으나 주최 측은 3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도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평소 우파 국민당 정부에 바르셀로나가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해왔다.
제1야당인 사회당 소속의 콜라우 시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혐오(제노포비아)가 늘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유럽에서 바르셀로나는 희망의 수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2015년 9월 유럽연합(EU)과의 협약에 따라 2년 내로 난민 1만7천여 명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목표의 10분의 1도 안되는 1천100명만 수용하는 데 그쳤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개방적 난민정책에 따라 독일이 작년에만 28만 명의 난민을 수용한 것에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이날 바르셀로나에서 정부의 난민정책을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은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카탈루냐 지방 특유의 반(反)스페인 정서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
스페인 동북부 지중해 연안의 카탈루냐주는 인구 750만 명으로 스페인 전체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부유한 지역이지만 문화와 역사, 언어가 스페인과 다르다는 인식이 강해 오래전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최근에는 전 주지사가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독자적으로 진행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자 지지자 수천 명이 바르셀로나 법원 주변에 모여 분리독립을 요구하기도 했다.
난민수용 촉구 집회를 주최한 루벤 와겐스베르그 씨는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정부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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