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메르켈 "함께해야 강해"…美 부통령 "흔들림 없다"
美·유럽 '나토 불안' 등 진화 주력…갈등 요소 여전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독일과 유럽의 이익에 매우 부합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메르켈)
"미국의 나토 지지에는 흔들림이 없다."(펜스)
18일(현지시간) 열린 독일 연례 뮌헨안보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나토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유럽의 발언권을 상징하는 메르켈 총리는 미국과 여타 국가의 주요 정치지도자들이 참석한 이 회의 연설을 통해 유럽연합(EU), 유엔, 나토 등 다자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함께 행동하는 것이 모두를 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가 앞으로도 더불어 일을 잘 해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모두가 각기 개별로 돌아가 역할을 찾을 것인지"를 물은 뒤 이에 관해 모두가 공통의 입장을 찾아내길 촉구하고는 "우리 모두가 함께 이 세계를 잘 만들어나가는 것이 좋고 그게 모두에게 더 나은 상황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이번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 독일과 영국 언론에 언급한 나토 무용론의 파장이 여전하고 유럽의 나토 회원국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소리가 지속하는 가운데 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아울러, 국내총생산(GDP)의 2% 국방비 지출이라는 미국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치는 1.2% 수준의 독일 국방비 지출 이슈에 대해 "이행 책무를 충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원론도 재확인했다.
현재 독일 정부는 국방비 지출 증액 요구의 방향성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급격한 상향 조정은 어렵다며 양해를 구하고 장기적 증액 플랜을 밝혀둔 상태다.
메르켈 총리는 또한, 이슬람 종교 당국이 "이슬람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테러리즘과 (평범한) 이슬람 평화세력과의 경계 구분에 관해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이슬람권 국가를 상대로 한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아무리 단호하게 테러에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신념을 지닌 이들 모두에게 혐의를 두는 것이 정당화될 순 없다"고 했던 지난달 발언과 정면 배치된다고는 볼 수 없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외교 현실에 맞춰 발언의 초점을 옮긴 것이라는 해석을 가져왔다.
이날 메르켈 총리의 연설에 이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확실하게 말해 두고자 하는 것은 미국이 나토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이며, 미국의 대서양 동맹 태도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나아가 "당신들(미국의 우방 등)의 고투와 성공이 바로 우리(미국)의 고투와 성공이며, 결국 우리는 미래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고 우호협력관계의 지속도 약속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2% 국방비 지출 목표 기준과 관련해서는 유럽의 안보는 미국의 기여에 상응하는 유럽 각 회원국의 기여가 요구된다면서 재차 집단안보에의 회원국 기여 확대를 촉구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3.61%의 비율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 중인 국가다.
한편, 러시아에 대한 태도를 두고서도 메르켈 총리와 펜스 부통령은 차이점 보다는 공통점을 찾으려는 듯한 언급을 내놓았다.
메르켈 총리는 '민스크 평화협정' 준수를 강조하면서 이 협정 준수 정도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점을 짚었고,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미국이 러시아와 공통의 기반을 찾아보려 하는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러시아에 책임을 묻는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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