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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용의자 체포로 김정남 암살 北배후설 '탄력'…현지수사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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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용의자 체포로 김정남 암살 北배후설 '탄력'…현지수사 급물살

"北배후는 추측" 밝힌 말레이, "北신분증 용의자 체포" 전격 발표

결론은 '아직'…재부검 검토후 사인 확정할듯…범행때 장갑 찾기 주력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국적이 기재된 신분증을 소지한 용의자를 전격 검거하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관측에 한층 무게가 실리게 됐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인 20대 여성 용의자 2명이 붙잡혀 단순 가담을 주장했으나 정체에 의문점이 많은 와중에 17일 밤 북한인 남성 용의자 체포는 이번 사건과 북한의 연결 고리를 찾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말레이 경찰이 도주 중인 나머지 용의자 3명도 추적하는 등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결정적 물증이 아직 드러나지 않아 수사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 필요한 데 아직 확보 못한 것이다.

예컨대 범행 때 사용한 장갑을 확보한다면, 그 장갑에 발린 독극물과 부검 채취 결과를 확보해 독극물 테러를 특정할 수 있으나, 아직 그런 상태는 아닌 듯하다.






◇ 북한인 용의자 체포…수사 급물살 타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몇 년 전에 이미 이복형 김정은을 암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힌 점과 국제공항에서 독살한 대담한 수법 등에서 북한의 소행 가능성이 일찌감치 지적됐다.

하지만 사건 발생지 말레이시아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불과 이틀 전인 16일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김정남의 사망 뒤에 북한이 있다는 건 현재 그저 추측"이라고 말했다.

이어 17일 다툭 세리 하룬 말레이 연방경찰 특별수사국장도 "사안이 복잡해 외국 정보요원의 소행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인 용의자 체포로 분위기가 급반전되며 북한 배후설은 한층 힘을 얻고 있다.

18일 북한 신분증 소지자가 붙잡혔다는 언론 보도에 이어 말레이시아 경찰도 체포 사실을 발표했다. 이 남성은 이름은 리정철(Ri Jong Chol), 나이는 만 46세(1970년 5월 6일생)라고 기재된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여성 용의자 2명 등 모두 3명을 체포한 뒤 김정남이 살해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있었던 남성 용의자 4명을 추적해왔다.

리정철은 공항에서 CCTV에 찍힌 남성 용의자 4명 가운데 1명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의 성주일보에 따르면 경찰에 체포된 북한 여권 소지 남성과 외모가 비슷한 1명이 사건 현장 근처에 있었다.




김정남을 독물로 공격한 혐의를 받는 젊은 여성 2명이 김정남이 누구인지도 모르며 장난 동영상을 찍는 것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지만, 행적에 의문점이 많은 가운데 리정철의 체포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날 현지 언론은 아시아계 남성이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를 각각 3개월과 1개월 전에 포섭했다고 보도했다. 리정철이 이 남성과 동일 인물이라면 이번 사건의 계획과 실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아시아계 남성은 도안 티 흐엉의 환심을 사려고 그와 함께 베트남과 한국을 포함한 나라를 여러 차례 함께 여행했다. 이 남성은 도안 티 흐엉에게 장난 동영상을 찍자고 제의했으며 1개월 전에 만난 시티 아이샤도 끌어들였다.

이 남성이 현지 일부 언론이 남성 4명 중 1명으로 지목한 북한 공작원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 고용된 청부업자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등을 드나든 데다 북한 사람으로는 이례적으로 외국에서 아내, 아들, 딸과 함께 거주했다는 보도를 보면 단순한 청부업자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말레이시아는 앞서 북한과의 가까운 외교관계를 고려한 듯 신중한 태도였으나 그의 체포 사실을 공개하는 등 강한 수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반대를 무릅쓰고 17일 재부검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 현지 수사당국, 뚜렷한 결론 내릴 수 있나…2차 부검까지 진행

이번 사건의 용의자 여러 명이 체포됐지만, 아직 수사에는 난관이 많아 보인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시신을 부검했지만, 사인을 밝히는 데 충분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부검까지 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말레이시아의 부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17일밤 기자들과 만나 부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게다가 말레이시아 경찰은 용의자들의 물품 등을 확보했지만, 김정남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이는 독약 의심 물질은 찾지 못한 것으러 전해졌다.

이에 범행을 실행한 여성이 끼고 있었던 '독약 장갑'이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잡혔던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은 장갑을 끼고 연고나 로션 같은 물질을 김정남에게 뿌렸으며 자신은 그것이 독약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사주한 남성이 이 물질을 장갑에 따라줬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남을 습격한 뒤 곧바로 화장실로 가서 장갑을 벗고 손을 씻었다고 말했다.

kimy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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