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생모 보러 모스크바 자주 방문…효심깊은 청년"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46)이 20대 시절에는 생모 성혜림의 건강을 염려하는 효자였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8일 보도했다.
RFA는 이신욱 동아대 교수가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기고한 글을 인용해 "이 교수가 모스크바 유학 시절인 1999년 가을 김정남을 처음 만났다"며 "김정남이 당시 투병 중이던 생모 성혜림을 보러 종종 평양에서 모스크바에 들른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 교수는 김정남의 첫인상이 순박한 모습에 어머니의 건강을 염려하는 효심 깊은 청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북한식 흰 저고리와 검정치마 복장의 여성 경호원 7~8명의 호위 속에 산책하는 나이 든 여성(성혜림으로 추정)이 동네에서 가끔 눈에 띄었다"며 "김정남이 어머니가 의료기술이 부족한 북한 대신 모스크바로 와 요양치료 중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김정남이) 폐쇄적인 평양과 달리 자유로운 모스크바의 분위기에도 끌렸던 것 같다"면서 "그(김정남)가 가끔 모스크바를 다녀갈 때면 한인타운 내 한식당 방을 비밀리에 예약하곤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2001년 가을 다시 만난 김정남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길가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는 생모(성혜림)의 병명이 암으로 곧 사망할 것이라고 털어놨다"면서 "어머니 건강 상태를 걱정하던 김정남의 모습은 비운의 황태자가 아닌 인간적인 한 사람의 아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성혜림이 2002년 5월 사망한 뒤 2015년 모스크바 한인타운 호텔식당에서 아내로 보이는 여성 및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던 김정남을 만났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당시 서로 눈인사를 나눈 게 마지막이었고 성혜림 묘지를 찾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 대신 (김정남이) 북한의 통치자가 됐다면 한반도 위기와 핵 문제를 일으키는 독재자가 아닌 북한을 평화롭게 만드는 지도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면서 "마지막 소원은 성혜림이 있는 모스크바에 묻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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