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의붓딸 성학대 호주 80살 노인 47년만에 단죄
뒤늦게 신고한 피해자 "큰 슬픔과 심적 고통 시달렸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어린 의붓딸에게 성 학대를 한 호주 남성이 거의 반세기 만에 단죄를 받았다.
피해자가 어린 시절 겪은 고통을 용기 있게 경찰에 신고하고 나서면서, 80살의 고령으로 건강상태도 좋지 않은 가해자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리스모어 지방법원은 1969년부터 1971년 사이 10대 초반의 의붓딸을 상대로 성추행하고 성관계를 시도한 윈턴 레슬리 스미스에게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다고 호주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법원은 최소 10개월 이전에는 가석방이 없도록 했다.
법원에 따르면 스미스는 당시 13살에 불과한 의붓딸 데비 맥도날드를 상대로 이처럼 몹쓸 짓을 했다.
클라이브 제프리스 판사는 실형을 선고하면서 "나는 1970년이 아니라 2017년에 선고하고 있으며, 대상자는 현재 80살"이라며 "가해자의 나이, 만성 신부전과 림프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건강상태를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제프리스 판사는 또 가해자가 이후 마음을 바꿔먹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인 맥도날드는 판결 후 "내 마음과 영혼, 내 모든 것의 짐을 덜어놓게 됐다. 사법제도에 대한 나의 믿음도 회복됐다"라며 실형 선고를 반겼다.
그는 성 학대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으나 가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2015년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조언을 받아 증거 확보를 위해 가해자가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말을 녹음하기도 했다.
맥도날드는 "어린 시절 그가 나에게 한 행동 때문에 내 삶은 큰 슬픔과 심적 고통에 시달려왔고, 더럽고 끔찍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왔다"라고 그간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또 가해자에게 과거의 일을 꺼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고, 법정에서 자신의 겪은 고통을 진술하는 것도 그다음으로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맥도날드는 자신의 이야기가 비슷한 일을 겪은 다른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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