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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혁명을 싫어해…'트럼프혁명' 러시아 유입 위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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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혁명을 싫어해…'트럼프혁명' 러시아 유입 위험 걱정"

크렘린 궁, 관영언론들에 "트럼프에 아양 떠는 기사 그만"

언론 트럼프 거론 20만 회로 푸틴 15만 회보다 많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지난달 러시아 뉴스매체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명된 횟수를 세어보니 20만2천 회. 지지도 80%를 넘나드는 고공 인기를 이어가는 자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4만7천700 회에 지나지 않았다고 미국의 국제관계전문 매체 월드어페어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교롭게 이튿날,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크렘린 궁이 자국 관영 매체들에 트럼프에 대한 호의적인 보도를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 통제는 "즉각 발효한 것 같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지난 몇 달간 홍수를 이루던 트럼프 보도에 갑자기 "암전"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관영 스푸티니크는 러시아가 미국을 다시 믿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다루기도 했다.

포린 폴리시는 "도대체 웬일일까?" 묻고 "푸틴의 질투"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자답했다. 가벼운 농을 담은 논평이지만, '상남자' 과시욕이 있는 푸틴으로선 같은 속성의 트럼프가 러시아 언론에서 자신보다 더 많이, 그것도 호의적으로 다뤄지는 게 못마땅했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매체는 이번 보도 통제가 미국에서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린 마이클 플린 백악관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낙마 직후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대러 강경파를 중심으로 트럼프와 그 측근들의 의심스러운 대러 관계를 물고 늘어지면서 트럼프가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트럼프의 의지처럼, 또 러시아인들의 기대처럼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나서지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인해 미·러 관계가 불과 한 달 전에 비해 불가측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15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푸틴이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로부터 탈취했다고 비난하며 이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어난 일인데 "오바마가 러시아에 너무 유했나?"라는 글들을 날렸다. 이에 대해 러시아 관리들은 즉각 논평하지 않는 등 종전과 달리 "갑자기 말 수가 적어졌다"고 블룸버그는 논평했다.

그러나 러시아 스캔들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이전부터 푸틴이 트럼프를 좋아할 수만은 없다며 트럼프와 푸틴이 밀월을 누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줄곧 제기돼 왔다.

특히 불가리아의 자유전략센터 소장 이반 크라스테프와 미국 뉴욕대 법학 교수 스티븐 홈스는 13일 포린 폴리시 공동기고문에서 "크렘린 궁이 트럼프를 골칫거리로 보기 시작했다"며 푸틴은 `트럼프 혁명'이 러시아에 유입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선 상궤를 벗어난 언행에 주로 초점을 맞추지만, 트럼프는 자신을 미국의 "구체제"를 해체하는 임무를 띤 "혁명 반군"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뒤늦게 이 점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크렘린 궁은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등 옛 소련권에서 공산주의가 붕괴하면서 잇따랐던 각종 "색깔 혁명"의 공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만큼, 트럼프가 워싱턴에 몰고 온 극단적인 정치변화, 체제교체의 성격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 총참모부가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서 러시아가 전쟁에서 발을 빼면 독일이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레닌 등 볼셰비키 공산주의 혁명가들을 지원했으나, 이듬해 러시아 혁명의 바이러스가 거꾸로 독일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고 크라스테프 등은 지적했다.

지난 2011-201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의 민중시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 때문에 러시아가 보복 차원에서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에 개입,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당선됨으로써 처음엔 러시아가 신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제 "모스크바의 정치 지배층은 박수를 멈췄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러 관계 개선 등의 기회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혁명은 세계의 혼란과 불확실성 시대가 열린 것을 의미하고, "옛 소련의 해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러시아의 현 지도부는 세계의 불안정을 원치 않는다"고 필자들은 설명했다.

올해는 러시아의 볼셰비키 공산 혁명 100주년이지만, 푸틴은 이를 성대하게 기념할 계획이 없다. 100주년을 통해 혁명의 '재앙적' 결과를 강조하고 사회정치 문제 해결을 위해 안정과 질서가 중요함을 역설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러시아의 민족주의 세력이 트럼프식 혁명을 추종, 푸틴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화 지배층을 몰아내자고 나선다면 푸틴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중국이나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트럼프가 요구하는 반중, 반이란 전선에 합류할 수도 없다. 특히 그동안 푸틴은 예측 불가능의 달인으로 세계 무대에서 실제 체급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해 왔는데, 자신보다 더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가 등장함으로써 "푸틴이 다음에 뭘 하려 할까보다는 트럼프가 다음에 뭘 하려 할까에 세계 지도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도 푸틴으로선 인정하기 힘들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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