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괜찮아…올림픽 손꼽아 기다리는 권선우·정유림
둘 뿐인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여자 국가대표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아이고, 거기서 넘어지네…."
떨리는 마음으로 친구의 경기를 지켜보던 권선우(18·강원체고)는 마치 자기가 넘어진 것처럼 안타까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함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정유림(19·수리고)은 2차 시기에서 뒤로 회전하는 기술 클리퍼에 도전했지만, 마지막 순간 회전력이 부족해 연기를 마치지 못했다.
이들은 17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16-2017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하프파이프 여자 예선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하프파이프는 원통을 반으로 자른 모양의 내리막 코스를 내려오며 점프해 공중에서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6명의 심판이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4명의 평균으로 점수를 매기고, 선수는 두 차례 연기를 펼쳐 높은 쪽이 최종 점수가 된다.
예선에 출전한 27명의 선수 가운데 6명만 19일 열릴 결선에 진출했는데, 둘은 사이좋게 19위(권선우)·20위(정유림)에 자리했다.
권선우는 안정적으로 경기하며 46점을 획득했고, 정유림은 1차 시기에서 41.50점을 기록한 뒤 2차 시기에서 넘어지며 그대로 최종 점수가 확정됐다.
전날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에서는 남자 국가대표 김광진(22·단국대)이 뒤로 넘어져 병원으로 후송되는 사고가 있었다.
공중에서 곡예를 펼친 뒤 얼음으로 무사히 착지해야 하는 하프파이프는 동계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부상 위험이 큰 편이다.
다행히 정유림은 옆으로 넘어져 허리에 가벼운 통증을 호소한 정도에 그쳤지만, 가족과 코치 등 경기를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정유림은 "괜찮다"면서도 "매번 이 기술만 시도하면 넘어진다. 파이프 왼쪽에서 기술하는 게 약한데, 연습으로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동계 유스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정유림은 기량 성장세가 눈에 띌 정도로 빠른 선수다.
이번에는 월드컵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그는 1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주인공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정유림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니 실수 없이 최고의 기술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좋은 성적도 함께 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유림이 넘어졌을 때 누구보다 놀랐던 권선우는 "오늘은 넘어지지 않고 경기를 마친 데 만족한다"며 웃어 보였다.
권선우는 지난해 미국 매머드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10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여준 기대주다.
올림픽 출전권 확보가 우선인 권선우는 "올림픽에 꼭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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