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리에 장사는"…구제역 휩쓴 보은 식당들 눈물의 휴업(종합)
손님 없어 영업 포기·단축 속출…밤되면 면소재지도 암흑천지
청정지역 이미지 훼손…속리산 관광·스포츠 마케팅에도 악영향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구제역 확산 방지차 임시휴업합니다'
충북 보은군 탄부면에서 짬뽕집을 운영하는 반모(43·여)씨는 최근 출입문에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가게 문을 걸어 잠갔다.
인근 한우농장서 구제역이 터진 뒤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맛집으로 소문난 이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문 앞에 긴 줄이 만들어질 정도로 장사가 잘 되던 곳이다. 시골 음식점답지 않게 종업원도 3명이나 두고 있다.
반씨는 "식당 바로 옆에 구제역 소독소가 설치되고, 흰색 보호복 차림의 방역요원들이 오가면서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매출 감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느니, 방역을 돕는 차원에서 당분간 음식점 문을 닫은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군 마로면사무소 앞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김모(53)씨도 지난 8일부터 식당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일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게 방역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구제역 때문에 온통 난리인데, 한가롭게 식당영업을 할 수 있느냐"며 "예약도 대부분 취소된 상태여서 미련없이 식당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보은군 마로면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 방역이 장기화되면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번 구제역의 진앙이면서 열흘 넘게 집중방역이 펼쳐지고 있는 마로·탄부면은 주민들이 외출 자체를 꺼려 대낮에도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10여곳에 불과한 식당과 술집은 약속이라도 한듯 해지기 전 문을 닫아 밤마다 암흑천지가 된다.
마로면의 관리시장상인회 최병수 회장은 "종전에는 늦은 밤에도 문 여는 곳이 더러 있었는데, 구제역이 터진 뒤 오후 4∼5시면 앞다퉈 문을 닫는다"며 "식당뿐 아니라 미용실과 치킨집도 손님이 끊겨 울상"이라고 말했다.
보은읍과 속리산 주변 업소 상황도 심각하다.
군청이나 농협에서 개최하는 각종 회의·교육이 올스톱되고, 동창회·계모임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몇 건 안 되던 예약마저 모두 사라졌다.
보은재래시장에서 국밥집을 하는 이모(76·여)씨는 "이미 700마리가 넘는 소를 죽음으로 내몬 구제역이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해하는 분위기"라며 "어제는 장날이었는데도, 매출이 평일 수준을 밑돌았다"고 얼어붙은 경기상황을 전했다.
예약 없이는 방 잡기 힘들던 보은축협의 소고기 직매장 '한우이야기'도 방이 남아돈다. 축협 관계자는 "모임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이번 주는 30% 넘게 매출이 빠졌다"며 "9개의 룸과 52명을 수용하는 넓은 홀이 있는데, 어떤 날은 고작 서너 팀만 들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은군이 육성 중인 스포츠 마케팅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군은 당장 이달 19∼24일 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리는 실내양궁대회를 앞두고 협회 측에 응원단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군청에는 "예정대로 전지훈련 할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한다.
군은 지난해 24종의 전국 규모 스포츠 경기와 308개팀의 전지훈련 선수단을 유치해 100억원이 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거뒀다. 외지서 들어오는 선수단과 응원단이 침체된 서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자 노릇을 했다.
보은군 관계자는 "이번 일로 청정지역 이미지가 훼손돼 굵직한 스포츠 대회나 전지훈련 선수단을 유치에 차질을 빚게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장기화된다면 속리산 관광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서는 지난 5일 이후 한우와 젖소농장 7곳에서 구제역이 꼬리 물고 터지면서 소 975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 당국이 총력 소독전에 나서면서 13일 이후 나흘째 추가 발생은 없는 상태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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