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대형유통점 우후죽순…'멀고 먼' 중소상인 상생
중소상인 호응 없는 상생안·점포 등록 조례 부실 투성이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 송도에 대규모점포(대형 유통업체)가 속속 입주하면서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상생 기준과 조례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연수구에 따르면 4월 하순께 송도동 170-1 일대에는 연면적 10㎡ 규모의 대형 쇼핑몰 '송도 트리플 스트리트'가 문을 연다. 이 쇼핑몰 시행사는 다음 달 준공을 앞두고 14일 연수구에 대규모 점포 개설등록을 신청했다.
연수구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해당 점포가 제출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검토한 뒤 '상생발전협의회'의 협의를 거쳐 등록 허가를 결정한다.
문제는 허가를 제한할 수 있는 상생발전협의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데다 관련 조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부구청장, 중소상인, 주민단체 등 9명으로 구성된 상생발전협의회는 대규모점포가 제시한 상생 방안을 두고 허가 여부를 결정하지만, 형식적일 뿐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이런 탓에 대규모점포가 제시하는 '전통시장 내 브랜드 중복 지양', '운영물품 전통시장에서 구매',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등 상생 방안은 중소상인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
인천시슈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는 "대규모점포의 상생 방안은 상당수 중소상인과 협의해 마련하는 게 아니라 자의적인 것"이라며 "애초 건축허가 단계에서 협의해야 실효성이 있는데 현행법은 개설등록 단계에서 협의하게 돼 있어 실효성을 높일 여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점포와 중소상인의 상생을 유도하는 지역 조례도 부실한 실정이다.
'연수구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 및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조례' 제6장은 해당 대규모점포가 '연수구 유통산업의 전통과 역사의 보존을 현저하게 어렵게 하는 경우'에 한해 점포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산업의 전통과 역사에 대한 정의'가 명확지 않은 탓에 적용 가능성이 작다.
연수구 관계자는 "연수구뿐 아니라 대부분 지자체 관련 조례에서 상생 기준이 명확지 않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상당수 중소상인은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해 대규모점포와 협의하는 데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광양시 등 일부 지자체들은 대규모점포로부터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조례를 제정해 호응을 얻는다.
광양시는 관련 조례에서 '전통시장 보존이 현저하게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대규모점포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또 '대형유통기업 지역 기여 권고 조례'를 제정해 중소상인을 보호하고 지역경제의 성장을 유도한다. 이 조례에는 지역의 우수업체 보호, 지역 상품 일정비율 매입판매, 공익사업 참여를 통한 지역사회 이익환원 등 구체적인 상생 기준을 적용했다.
원종문 남서울대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대규모점포 등록 허가 주체인 지자체는 점포 입점으로 인한 지가 상승 등 주민 지지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으므로 온전히 중소상인의 이익만 생각하기 어렵다"며 "대규모점포와 중소상인의 상생을 도모하는 조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자체 단체장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송도에는 현대프리미엄 아웃렛, 홈플러스, 코스트코 송도점 등 대규모점포 3곳이 영업 중이며 신세계와 롯데 등이 운영하는 대규모 쇼핑몰이 잇따라 입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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