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퓰러 "김정은, 대안-도전세력 제거…명망있는 北인권특사 필요"
"트럼프, 북핵 문제 해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도 주저하지 않을 것"
"트럼프 대중정책의 한 요구사항 중 하나는 바로 中의 대북역할 확대"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장재순 특파원 =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설립자인 에드윈 퓰너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재단 사무실에서 한 연합뉴스-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싱크탱크'로 불릴 정도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곳으로, 그의 언급은 트럼프 정부의 향후 한반도 정책 설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퓰너 전 이사장은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된 데 대한 분석도 내놨다.
퓰너 전 이사장은 트럼프 정부의 초대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다음은 퓰너 전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됐는데 어떻게 보나.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에 도전이 되는 대안 세력들을 제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복형 김정남은 비록 (김씨) 왕조 승계 과정에서 선호된 인물이 아니고 또 그런 이유로 배제됐을 수 있지만 어쨌든 그는 확실한 정통성을 갖고 있다.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10년 전 북한 방문 요청을 받았었는데 내가 신문에 북한 인권문제 관련 칼럼을 쓰는 바람에 초청이 취소된 적이 있다.
--북한의 인권유린이 심각한데 트럼프 정부에 어떤 대책을 제안하고 싶나.
▲가장 핵심적인 것은 트럼프 정부가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지속해서 고발하고 비판할 인권특사를 전 세계적으로 명망 있고 존경받는 인물 가운데 발탁해 임명하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유린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북한이 트럼프 정부 들어 첫 미사일 도발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1월 20일 이후에 일어난 일은 그 어떤 것이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는 것이고 그에 도전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 발생하는 어떤 것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김정은이 지금 가볍게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려 하고 있는데 결국 자신이 엄청난 상대와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어떤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그중 하나고,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제재) 시행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또 더 한 중대한 조치를 하는데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3각 협력도 중요하다.
--북한에 대한 레드라인이 있다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대우받길 원한다면 그 국제기준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무책임한 나라로 계속 남게 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어느 정도로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나.
▲매우 심각한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가'(strategic thinker)로, 지금 세계 무대에서 여러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가 이번 주 또는 이번 달에 곧장 북한 문제를 직접 다룰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북한이 이번에 한 일(미사일 도발)은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줬을 것으로 본다.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트럼프 대통령은 늘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지금 당장 그것을 꼭 고려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상황에 대비해 모든 옵션을 갖고 있길 바란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처럼 북한과도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는데.
▲가능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미·중 양국 간의 긴장이 완화될 조짐인데 사드가 협상 카드로 전락할 우려는 없나.
▲없다. 사드 배치는 전혀 재고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합의를 바탕으로 사드를 배치키로 한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2주 전 한국에 가서 분명히 밝힌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시각에서 사드를 바라보고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더한 협력을 끌어낼 방법은.
▲중국의 대북압박 강화, 이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기대하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길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지금까지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과 관련해선 중국의 대북 역할 확대가 바로 요구사항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중국이 그렇게 할 것으로 보나.
▲중국은 자신들이 지금 북한에 대해 행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레버리지(영향력)를 갖고 있다. 중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지금과 같은 노선을 계속 유지한다면 어느 시점에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이웃 국가들도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자신들도 핵 개발을 하겠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지 못하면 중국은 더욱더 안 좋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 동맹들이 방위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먼저 북한의 호전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고, 두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상황을 검토하고 방위능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이 양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솔직히 주둔 미군을 지원하는 동맹들이 아니라면 우리가 직접 미국에서 임금을 포함해 모든 것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고, 또 그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미세조정이 있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좋은 파트너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양국을 방한해 강력한 방위약속을 재확인한 매티스 장관 등 측근들의 얘기를 귀담아들을 것이다.
--한미FTA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협정 발효 5년이 흐른 만큼 한미 양국 카운터파트 간의 재검토는 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토 과정에서 만약 실제로 논쟁의 소지가 있다면 이는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한국 등 동맹들도 우려한다.
▲상층부의 한 인물이 바뀌었다고 해서 걱정할 일은 아니다. 누가 후임자가 되든 그는 한미 양국의 긴밀한 관계를 강력히 지지하는 인물일 것이다.
--주한 미국대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웃으면서) 누가 주한 미국대사가 되든 그는 양국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할 수 있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게 누구든 미국이 이익을 대변하고 한국에 '우리가 동맹이다'는 점을 다시금 각인시켜 줄 수 있는 그런 고위급 인사가 주한 미국대사가 될 것으로 본다.
sims@yna.co.kr, jsch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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