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싸고 설전…美 "러,우크라에 반환 기대" vs 러 "우리 영토"(종합)
트럼프 "오바마 정권때 러 크림 병합" 책임 전가…우크라는 '환영'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반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러시아는 크림은 자국 영토로 절대 반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고, 우크라이나는 환영 입장을 표시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의 무력행동을 줄이고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반환하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크림반도 병합과 관련한 대러 제재는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로 반환된 이후에나 해제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앞서 스파이서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도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대러 제재 해제 문제는 검토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파이서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테러리즘과의 전쟁 등에서 러시아와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은 이전 정권과는 달리 이슬람국가(IS)와 테러 위협과 같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의 해결에서 러시아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에도 국가·경제적 이익이 됨을 이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의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트위터를 통해 크림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트럼프는 "크림은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러시아에 병합됐다. 오바마가 러시아에 그렇게 약했나?"라고 전(前) 정권에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자기 행정부 인사들과 러시아 연계설을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그는 "난센스 같은 러시아 연계설은 힐러리 클린턴 진영이 실패한 선거운동에서 저지른 실수들을 덮으려는 시도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없이 대러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백악관의 거듭된 입장 표명은 미-러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양국 관계 개선과 다른 국제문제에서의 협력을 위한 거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주미 러시아 대사와 대러 제재를 논의한 사실이 폭로되며 취임 한 달도 안 돼 낙마한 사건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친러 성향이 비판의 도마에 올라 있는 상황도 고려한 해명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일정한 양보를 하지 않는 한 미-러 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메시지를 러시아 측에 던지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한편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크림반도 반환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15일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크림 반환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논의될 수가 없다. 러시아는 외국 파트너들과 자국 영토와 관련된 문제들을 논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에서도 크림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파트너 국가들에 크림의 러시아 병합 과정과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스코프는 이어 아직 미-러 양국 간 협력 관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관계 구축에 관한 의지만 교환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구성이 마무리되고 양국 간에 접촉이 이루어지기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 팀이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는 언론 보도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서 이와 관련한 보도는 알 수 없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하고 있으며 그같은 보도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자국 영토를 반환하지 않는다. 크림반도는 러시아 영토다"라며 미국 측의 크림 반환 요구를 반박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백악관의 발표를 환영하고 나섰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공보비서 스뱌토슬라프 체골코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는 좋은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크림을 병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