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주인이 거리로 나섰다…지금은 헌법시대"
이석연 변호사 '헌법은 살아있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올해로 현행 헌법이 공포된 지 정확히 30년이 됐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고 탄핵 정국이 만들어지면서 딱딱한 법조문으로만 느껴졌던 헌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제1호 헌법연구관으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헌법을 알기 쉽게 풀어쓴 교양서 '헌법은 살아있다'(와이즈베리 펴냄)를 출간했다.
이 변호사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이 헌법 제1조 제1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지금은 헌법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는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모범적 저항권 행사"라며 "어느 지도자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통치 행위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헌법은 단순히 선언적이고 장식적인 규범이 아니라 생활 속에 파고든 규범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경전이 돼야 한다"면서 "약자의 눈물과 한숨을 담아내지 못하는 헌법은 진정한 헌법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이번 책에서 헌법이 현실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간통죄,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 제도, 태아의 성별고지 금지, 과외교습 금지 등 한국사회를 바꾼 10대 위헌 결정을 뽑아 소개했다.
그중에는 2004년 한국사회를 뒤흔든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이른바 행정수도 이전법에 대한 위헌 결정도 있다.
당시 이 법의 위헌을 주장했던 이 변호사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도 이전과 같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사항은 헌법이 정한 국민적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지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에서 건국절 논란과 개헌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건국절 논란은 대한민국이 건국한 날이 과연 언제인지에 대한 학계의 대립을 말한다.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 성향 학자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규정하는 반면, 역사학계에서는 대부분 1919년 임시정부가 세워지면서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보고 있다.
이 변호사는 현행 헌법에 "우리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돼 있으므로 헌법적 차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1919년에 건국됐다고 주장했다.
또 개헌과 관련해서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헌법을 개정하는 과정이 더 나은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품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국민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 수도, 국기, 국가, 국어에 관한 조항 신설 ▲ 국가의 정체성 조항과 저항권 조항 신설 ▲ 기본권의 신설과 확충 ▲ 권력 구조 또는 정부 형태의 손질 ▲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 도입 ▲ 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 도입 ▲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와 면책특권 제한 ▲ 정당의 헌법적 특권 폐지 ▲ 대법관·헌법재판관에 대한 국민심사제 도입 ▲ 교육 자치를 포함한 지방자치제도 확대와 보완 등 개헌안에 꼭 담아야 할 10가지 사항을 꼽았다.
"우리 사회의 현안은 헌법이 정한 적법 절차에 따라 논의돼야 합니다. 헌법은 국가 사회의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자 이를 해결하는 아리아드네의 실입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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