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의료대란 속 파업 주도 의료인협회 간부 7명 구속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에서 국공립병원 의료 종사자들의 파업으로 의료대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현지 법원이 관련 의료인협회(KMPDU) 간부 7명을 구속했다.
케냐 노동법원의 헬렌 와실와 판사는 13일(현지시간) 300%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두 달 반 동안 파업을 이어가는 의료인들을 대표하는 KMPDU 소속 간부 7명을 구속했다고 현지 일간 더 스탠더드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앞서 와실와 판사는 지난달 13일 이들 간부에게 1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한 달 내 사태의 해결을 조건으로 형 집행을 일시 정지했다.
와실와 판사는 이날 형 집행을 명령하면서 "이들 간부가 집행을 연기할 아무런 사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라며 "지난 한 달간 이들 간부는 사태 해결을 위한 새롭고 구속력있는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법원의 판결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지도 못했다"라고 적시했다.
KMPDU는 이날 간부들의 구속에 정부와의 협상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혀 오는 8월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MPDU 간부인 투라니라 카우키리아는 이날 의료인 파업을 지지하는 군중들 사이에서 "우리는 실망했다. 모든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며 간부들이 풀려날 때까지 교도소 밖에서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케냐 야권 지도자인 라일라 오딩가는 법원의 판결을 비난하며 "집권여당의 비타협적이고 무능함 탓에 이러한 판결이 나왔으며 이는 매우 두렵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5천여 명에 이르는 케냐 국공립병원 의사들은 급여 300% 인상과 근로환경 개선 등이 포함된 포괄적 근로계약(CBA)의 이행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초부터 파업에 나서 전국적으로 의료대란이 발생했다.
이들 의사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14만244실링(한화 160만원)에서 19만6천989실링(한화 226만원)으로 제시한 40% 임금 인상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케냐에서는 보건부 장관이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스캔들이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대학교수들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지난달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의료인과 교직자는 케냐 의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세비를 받으면서 각종 수당을 챙기는 가운데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에는 난색을 표명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의료대란으로 많은 케냐인이 고통을 받고 있으나 의료인들의 파업은 언론과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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