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가 '초등생 악기'?…천변만화하는 음색 들어봐요"
리코디스트 염은초, 오는 25일 예술의전당서 듀오 콘서트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리코더가 초등학생들이 부는 쉬운 악기로 많이 알려졌어요. 그러나 연주자의 기량과 호흡에 따라 천 가지, 만 가지 음색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악기예요."
리코디스트 염은초(25)는 한국에 몇 안 되는 전문 리코더 연주자다.
초등학교 3학년 음악수업 때 담임 선생님이 부는 목관 리코더 소리에 반한 작은 소녀는 10세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현 영재원) 리코더 과에 입학했다.
이후 뉴질랜드 패트만 내셔널 주니어 아카데미, 스위스 취리히 국립음대 등을 거쳐 세계적인 고(古)음악 대학인 바젤 스콜라 칸토룸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그때가 19세로, 석사과정 최연소 합격생이었다. 영국 런던 길드홀 음악학교에서 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2012년 3월 독일에서 열린 니더작센 국제 리코더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나 '리코더 전문 연주자'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초등학교 때 누구나 배우는 악기지만, 제대로 관중과 만나는 악기라고 보긴 어렵죠. 유학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는 아버지를 관객 삼아 연주하곤 했어요. 유럽만 해도 리코더가 고(古)악기라는 인식 정도는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예 그런 인식조차 없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았네요. 하하."
그는 이 때문에 리코더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무대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영국에서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했지만, 이후 그가 주로 섰던 무대는 보육원, 양로원, 병원, 초등학교 등이다.
"공연이 끝나면 할머니들이 밥도 사주시고, 초등학생들은 제 리코더 연주에 '아이돌 공연'처럼 환호해주기도 했어요.(웃음) 제 연주 장면을 직접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하기도 했고요. 리코더가 워낙 '마이너 악기'이다 보니 제가 스스로 기회를 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있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MBC 인기 예능 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가 이토록 알리고 싶은 리코더의 매력은 뭘까. 그는 "편안하고 서정적인 음색, 연주자의 숨결에 따라 수만 가지로 변화하는 변화무쌍함이 최고 매력"이라고 답했다.
오는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그가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로 관객들과 만나는 거의 첫 연주회다.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하프시코드 연주자 나오키 키타야와 함께 바로크 작곡가 헨델, 텔레만, 쿠프랭 등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다.
"최소 10년 이상씩은 공부하고 연주해온 곡들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악기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드릴게요."
관람료는 3만~5만원.(초중고생은 전석 2만원)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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