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의 '용병 불운'…김세진 감독 "답이 없다"
(안산=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지난해까지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른 배경의 중심에는 로버트랜디 시몬(쿠바)이라는 '특급 용병'이 있었다.
올 시즌부터 남자부에도 트라이아웃이 시행돼 외국인 선수 몸값이 확 떨어지면서 시몬은 한국을 떠났다.
시몬과 작별한 OK저축은행한테서 '챔피언'의 위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12일 현재 5승 24패(승점 15)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남자부 7개 구단 중 꼴찌다.
그동안 용병 덕을 봐온 OK저축은행은 시몬이 떠나자마자 거짓말처럼 용병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롤란도 세페다(쿠바)라는 선수와 올 시즌을 함께할 예정이었지만, 그가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면서 급히 마르코 보이치(몬테네그로)를 대신 영입했다.
마르코는 기대 이하의 기량에 부상까지 겹쳤다. 이에 급히 데려온 선수가 현재의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모로코)다.
올 시즌 OK저축은행이 이토록 부진한 데는 토종 선수들의 부상도 한몫했지만, 역시 가장 큰 요소는 외국인 선수의 부진이다.
OK저축은행은 1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같은 트라이아웃 제도 아래서 뽑힌 KB손보의 외국인 선수 아르투르 우드리스(벨라루스)는 블로킹 5개와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한 24득점(공격 성공률 51.51%)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모하메드는 8득점(공격 성공률 46.66%)에 그쳤다. 제 몫을 전혀 못 하자 김세진 감독은 3세트에서 그를 아예 빼버렸다.
경기를 마친 김 감독은 "지금 이 멤버로 재미있는 경기는 할 수 있지만, 이기는 경기는 못 한다"며 모하메드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매 경기 (기량이) 점점 떨어진다"며 "이 정도면 답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냉정히 잘라 말했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V리그의 특성상 모하메드가 토종 선수들의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하면 팀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는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OK저축은행은 이미 '봄 배구'가 좌절된 상태다.
다음 시즌을 모하메드와 함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토종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하는 동시에 팀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을 수준의 용병을 영입해야 다음 시즌 '챔피언'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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