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적은 나의 적'…헝가리 총리, 또 소로스 비판
親트럼프 오르반 총리, 민주당 지지 소로스 겨냥 "정치 개입말라"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를 또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헝가리 출생인 소로스는 미국 민주당 거액 기부자이자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반대 진영에 섰던 인물이다. 오르반 총리는 미 대선 때 외국 정상으로는 드물게 트럼프를 지지했고 트럼프 당선 뒤에는 가장 먼저 통화한 정상 중 한 명이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전날 정례 연설에서 조지 소로스의 지원을 받는 그룹(비정부기구)들이 헝가리 정치에 암암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재정과 운영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거대한 약탈자들이 물속에서 자유롭게 수영하고 있다. 이곳은 국경을 초월한,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소로스의 제국이다"라며 "그들이 헝가리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미 소로스의 지원을 받는 단체들이 헝가리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한차례 비판한 적이 있다.
젊은 시절 중도 좌파 노선을 걸었던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민주주의 체제가 들어섰던 1980년대 소로스 재단의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는 특정 단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미 헝가리 헬싱키 위원회, 헝가리 시민자유 연맹 등 비정부기구(NGO)들이 부패 의혹으로 수사를 받기도 했는데 범죄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헝가리 여당 피데스는 외국 단체의 지원을 받는 NGO들이 의무적으로 운영자금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4월 중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반(反)난민 정책을 고수하는 오르반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국경 지대에 컨테이너로 난민촌을 만들고 헝가리에 있는 모든 난민을 그곳에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거듭 확인했다.
'빅테이터'(독재자를 뜻하는 dictator와 빅토르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지닌 오르반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4번째 임기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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