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군용칼 흰십자가 로고 놓고 中·스위스 상표권 분쟁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맥가이버 칼'로 알려진 스위스 군용칼의 흰십자가 로고를 둘러싸고 스위스 기업과 중국 기업간에 상표권 분쟁이 벌어졌다.
중국 관찰자망은 11일 흰십자가 로고를 함께 쓰고 있는 스위스 빅토리녹스그룹 산하의 브랜드 웽거(Wenger)와 스위스기어(Swissgear)가 모두 흰적십자 상표권의 합법적 보유자라고 주장하며 법적 분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웽거와 스위스기어는 모두 붉은색 바탕에 흰색의 십자가와 방패 로고를 쓰고 있는데 보통 사람은 그 차이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다.
당초 이 로고는 스위스의 칼 제조 장인이던 칼 엘스너가 세운 빅토리녹스가 스위스 육군에 군용칼을 공급하다가 1909년부터 스위스군대의 상징물인 흰십자가와 방패를 새겨넣으면서 시작됐다.
또다른 스위스 업체 웽거도 군용칼과 함께 시계, 가방, 자물쇠 등에도 흰십자가 로고를 집어넣어 판매해오다 지난 2005년 빅토리녹스에 한 사업부문으로 인수된 상태다.
관찰자망은 스위스기어가 스위스 베른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취안저우(泉州)의 기업에 인수된 점에 주목해 상표권 분쟁 사실을 보도했다. 실제 중국내 스위스기어 상표권 보유자는 '베이징 둥후이(東暉) 웽거 상업무역 유한공사'로 돼 있다.
웽거의 북미지사 역시 과거 '스위스기어'라는 명칭의 시리즈 제품을 발매한 적 있다. 길드에서 출발한 스위스칼 기업들은 이렇듯 서로의 업체명과 흰십자가 로고를 너나 구분없이 써왔다.
이들 기업은 군용칼 외에도 가방, 시계 등에 이 로고를 써오면서 100여년 가까이 별다른 분쟁없이 지내다가 최근 스위스 정부의 상표권 규정 변경으로 그 평화가 깨지고 말았다.
원래 스위스에서 십자가 표지는 상표법상 보호를 받지 못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었으나 스위스연방 지적재산권국(IGE/IPI)이 지난 1월부터 십자가 표지도 보호 대상의 상표 범위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말 새로운 상표보호 규정이 시행되기 전 웽거와 스위스기어가 스위스 당국에 자사의 흰십자가 로고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로고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양사는 결국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기로 했다.
관찰자망은 로고의 역사적 유래나 그간의 사용 범위 등을 종합해서 보더라도 이 상표권 대전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짐작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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