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회담 트럼프 키워드…안보공조·공정무역·중국견제(종합)
'안보는 안보, 경제는 경제' 트럼프, 동맹 확인하면서도 공정무역 강조
중국 환율문제 또 거론, 비판 수위는 낮아져 "시진핑과 훈훈한 대화"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미·일 안보동맹의 재확인 등 안보 공조와 공정한 무역, 중국 견제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양국 간 공조를 분명히 했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에 일본 편을 들었으며, 동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안보 무임승차론은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가 '미국내 일자리 70만 개 창출' 등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지만, 경제와 통상 문제에서만큼은 '아메리카 퍼스트' 원칙에서 한 치도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안보 공조…"미·일 안보동맹 확고"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통해 중국의 확장적 아시아 정책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일본의 고조된 안보 위기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우리 동맹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대처를 포함해 많은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은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very very high priority)고 강조해, 한국·일본 등과 공조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센카쿠 열도 문제도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고 명시해, 일본의 관할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중국해와 센카쿠 문제 등 중국의 확장과 도발 시도에 선을 그으며 노골적으로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일본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춧돌'(cornerstone)이라고 말해, 일본이 미국에 꼭 필요한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선 기간 한국은 물론 일본을 향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불발하면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위협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로, 동맹 균열 불안감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며 두 손으로 아베 총리의 왼손을 감쌌고, 사진 촬영이 끝나자 기자들에게 "고맙습니다, 여러분. 강한 손입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도 연출했다.
정상회담 직후 아베 총리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고급휴양지 '마라라고'로 이동해 골프 라운딩을 한 것도 동맹 의지의 표현이었다.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중국 견제'로 요약되는 트럼프 정부의 아시아정책를 펴나가는 데 있어 일본의 역할에 대한 그의 기대감이 잔뜩 묻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 무역…양자 무역협정 체결 추진
정상회담에서 말 그대로 '안보는 안보, 경제는 경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양국 경제 모두에 혜택을 주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해, 대일 무역 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박을 강화할 뜻을 시사했다.
특히 일본이 역점을 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일본과 양자 무역협정 체제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동성명에는 양자 무역협정 추진 내용이 담겼고, 앞으로 양자 무역 대화의 촉진을 위한 경제회담을 만들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무역 체제보다는 양자 무역이 미국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인 일자리 킬러'라고 지목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과 더불어 아·태 지역 TPP 회원국들을 향한 양자 무역협정 체결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문제에서는 '동맹 때리기'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을 향한 통상압박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환율 문제를 거론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일본을 향해 '환율조작' 경고음을 냈다.
지난달 31일 미 제약회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선 기간 환율조작국 지정 의사를 누차 밝혔던 중국 못지않게 일본의 환율조작도 심각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환율 관찰 대상국인 한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날카로운 시선을 비켜가기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협상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먼저 칼날을 겨눌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만만한' 주변국부터 건드리는 전략을 택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견제…"곧 공평한 운동장에 있게 될것"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시각은 워낙 부정적이다. 그는 환율조작과 무역 역조,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을 두고 중국을 가혹하게 비판해왔다.
그 탓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취임 축전에 답하지 않다가 취임 20일만인 지난 9일에서야 첫 메시지를 보냈다. 주요 2개국(G2) 국가에 대한 의도적인 홀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통화 평가절하에 관해서는 내가 그동안 계속 불평을 해 왔는데, 우리는 곧 공평한 운동장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해, 환율조작국 지정이 임박했거나 초강경 무역보복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다만 중국 비판 수위가 시 주석과 전화통화 이후 한층 완화됐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시 주석과의 통화에 대해 "매우 훈훈했다"며 "장시간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통화에서 그동안의 발언을 뒤집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한다고 말해, 냉랭했던 미·중 관계가 개선될 여지를 열어뒀다.
지난 8일에는 서한을 보내 양국 간 건설적 관계를 희망하기도 했다. 그는 서한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에 이로운 건설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시 주석과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현실적 힘과 위상을 인정하고 앞으로 중국과도 실리외교에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