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 제동 건 판사, 법무부의 법률 남용도 저지
"이메일 비밀수색 고객에 통보 금지한 법률 위헌적" 판결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첫 제동을 건 판사가 이번엔 수사기관의 과잉 비밀유지 관행을 보장하는 법률에 대해서도 철퇴를 내렸다.
10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시애틀 연방지법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는 정부가 범죄수사 목적으로 인터넷 기록 압수수색을 할 경우 인터넷 업체가 이 사실을 해당 고객에게 통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규정은 위헌이라고 판결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손을 들어줬다.
MS는 1986년 제정된 전자통신비밀보호법(ECPA)이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권리(수정헌법 1조)와 부당한 수색을 받지 않을 권리(제4조)를 침해한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법은 수색 사실 통보가 수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이유가 있을 경우" 이메일 서비스 등의 제공자들이 고객에게 수색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돼 있으나, '믿을 이유'의 요건이 너무 폭넓고 애매하다는 점이 문제이고 자주 남용된다고 MS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로바트 판사는 9일(현지시간) 이 법이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고 판결하면서 이 법이 MS 클라우드 같은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해친다는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로바트 판사는 그러나 이 법이 부당한 압수수색에 대항할 고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며, MS같은 제3자(서비스업체)가 다른 누군가를 대신해서 헌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MS 측은 판결에 일단 만족한다고 밝혔으나 법무부 대변인은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더이상의 언급을 거부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우리가 방문하는 웹사이트들을 파악하고 있고, 구글은 우리의 검색기록을 모두 저장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우리의 페북 친구나 '좋아요'를 누른 기록 등 갖고 있다"며 이런 방대한 고객기록은 독특한 것이며 헌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앞선 판결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MS는 지난해 4월 소송 제기 때 "최근 18개월간 연방법원들이 우리 회사에 내린 고객데이터 제공 명령이 약 5천600건이었으며, 이 중 2천600건에 대해 고객 통보 금지 명령을 함께 내렸다"고 설명했다.
애플, 트위터, 아마존 등 인터넷업체들과 AP통신, WP 등 미디어들은 이 소송과 관련, MS 지지 의견서를 낸 반면에 법무부는 범죄수사에서 비밀유지가 중요하며 고객은 어차피 기소단계에서 알게 된다며 소송 기각을 주장했다.
로바트 판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과 비자발급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중단하라고 결정했다.
그는 보수적이면서도 정신질환 아동과 난민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온 법조인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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